[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89)지극히 신비로운 추상, 피터 짐머만의 ‘Untit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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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인 동시대 아티스트 피터 짐머만(1956~)은 1990년부터 다양한 매체를 통해 모아 온 이미지를 디지털 아카이브에 축적한다. 그는 이를 활용해 물감이 섞인 레진을 여러 겹 쌓아 환상적인 색채 감각을 보여 주는 작업으로 완성시킨다.

짐머만의 작업은 1990년 초반부터 에폭시를 사용한다. 각기 다른 물감을 섞고 직접 찍거나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미지를 포토샵을 통해 추상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캔버스에 이미지를 옮기고 에어브러시나 손을 사용해 에폭시를 덮어 준 뒤 굳혀 반짝이는 질감을 표현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의 이미지는 추상적인 작품으로 변환되어 짙은 색을 띠고 층층이 쌓여 화면의 표면을 덮는다.

이와 같이 작가는 샘플링, 리믹싱 등 다양한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회화의 물질성을 극대화하고 기술로 만들어진 작품이 고유한 회화적 가치를 갖도록 한다.




작가는 “이 세상에 대해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것은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화면 등 미디어를 통해 받아들인다. 그것은 우리가 실제로 세상에 나가서 보는 게 아니라 이미지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는 그 이미지를 신뢰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불신의 이미지를 좀 더 강조하고 변형시키는 작업을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스스로를 “나는 세상을 그리는 풍경화가”라고 정의 내린다.

짐머만은 일련의 작업들을 통해 전통적인 ‘회화적 콘셉트’들을 해체하고 시각적 관습에 따라 형성된 문화적 의미의 힘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은 화려하고 감각적인 회화 표면의 물질성과 색채를 드러낸다. 작가는 이런 특징이 회화의 생산품임을 느끼게 하는 어떤 ‘표본’이 될 수 있음을 전한다. 작품의 표면은 매혹적이고 반짝이는 하나의 사건으로 느껴지고, 그 우연적인 순간은 관객이 스스로 느끼고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우경화 부산시립미술관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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