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적극적 국세 행정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임성빈 부산지방국세청장

코로나19가 대규모로 확산하기 직전이었던 지난 2월, 부산지역의 소주 제조업체에서 소주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주정을 코로나19 방역용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할 세무서에 주정의 용도 변경을 신청하였다.

소주를 제조하는 주정은 원칙적으로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으며 주세법상 주정의 용도를 변경하거나 제조장 외부로 반출하려면 세무서장이 승인해야 한다.

관할 세무서 담당 공무원은 주류용 주정을 방역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승인한 전례가 단 한 건도 없었고 명확한 주세법 규정도 없었던 터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지자체에 기증한다는 좋은 취지를 알면서도 선뜻 용도 변경을 승인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관할 세무서와 부산지방국세청 그리고 국세청 본청은 신속하게 협력하여 통상 30일 이상 소요되는 처리 기간을 3일 이내로 단축하여 소주 제조업체가 주류 제조용 주정을 방역용으로 용도 변경할 수 있도록 승인하였다.

이러한 선례는 부산지방국세청 관할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 소재하는 소주 제조업체들과 주정 제조업체들이 방역용 주정의 기부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전국적인 소독제 대란을 막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승인 직후인 올해 2월 하순부터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소독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례가 없고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탁상공론과 복지부동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주정의 용도 변경을 승인하지 않았거나 지연하였다면 코로나19라는 국가적 중대 위기상황을 극복하는데 세무 행정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아찔한 순간이었다.

적극 행정은 공무원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와 반대로 소극 행정은 공무원의 부작위와 직무태만 등으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상 손실을 끼치는 행위를 말한다.

공무원이 현실을 도외시하고 법률과 관행에 사로잡혀 소극적으로 행정을 펼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무원은 매 순간 국민을 위한 옳은 선택을 하고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국민이 바라는 적극 행정의 본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대지 국세청장은 취임사에서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이라는 비전을 제시하고 납세 서비스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재설계하고 국세 행정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적극 행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지난 10월 적극 행정 우수공무원에 대한 시상식에서도 “적극 행정의 해답은 협업에 있다”며, “서로의 역량을 하나로 합쳐 납세자가 편안한 국세 행정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협업할 것”을 주문하였다.

부산지방국세청은 앞서 언급한 적극 행정 사례에 머무르지 않고 앞으로도 국세청 본청과 세무서 간에 긴밀하고 신속한 협력 네트워크를 굳건히 하고 사무실 책상이 아닌 납세자의 사업 현장으로 직접 다가가 국민의 말씀을 더욱 세심하게 경청할 것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시대, 디지털화 등 급변하는 세정 환경 속에서 납세자가 사업자 등록부터 성실 신고까지 편안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납세 서비스, 세무 상담, 홈택스 및 모바일택스, 납세자 권리구제, 세무조사 등 세무 행정 전반에 걸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극 행정을 확산시켜 나갈 것이다.

‘국민이 편안한, 보다 나은 국세행정’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국세 공무원 모두가 행정 현장에서 경직된 사고로부터 탈피하고 묵은 관행을 깰 수 있어야 하며,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민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적극 행정을 새로운 공직문화로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