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파트 단톡방 ‘호가 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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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교란 담합’ vs ‘재산권 행사’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 ‘가두리’ 영업 퇴출을 요구하는 입주민들의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는 ‘담합’일까, 집주인의 정당한 ‘재산권 행사’일까?

부산 아파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아파트 단지마다 매매가를 올리기 위한 움직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단톡방’을 중심으로 위험천만한 담합성 발언이 오간다. 일부 아파트에는 ‘원하는 호가에 매물을 홍보해 주지 않는 공인중개사무소는 이용하지 말자’는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매매가 올리기’ 움직임 기승
주민·중개업자 갈등 깊어져
“공정 룰 위반 강력 제재해야”

부산진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이달 초부터 “매물을 모두 내려 달라”는 전화에 시달리고 있다. 아파트 단톡방에서 특정 평수 매매가가 종전보다 1억 원 넘게 올랐다는 소문이 돌자 집을 내놨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것. A 씨는 “심지어는 거래되지도 않은 매물이 황당한 금액에 팔렸다는 등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급매로 조금이라도 싸게 매물을 내놓으면 집주인을 찾아가 매물을 거둬라는 반협박까지 하는 상황”이라 전했다.

그러나 아파트 입주민은 중개사들이 허위 매물을 올려 아파트 가치를 ‘저평가’한다며 맞서고 있다. 복비를 꾸준히 챙길 수 있게 거래량이 줄지 않도록 아파트의 상한가를 정해 놓고 이른바 ‘가두리’ 영업을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해운대구 주민 B 씨는 “중개사무소가 허위 매물을 올리거나 실거래 가격을 일부러 뒤늦게 올리는 것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집값 상승 기류로 보면 몇 주 사이에 억 단위로 오르는 것이 불가능한 일도 아닌데, 중개사무소는 계속 금액을 낮추면서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 오히려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중개업자들”이라고 비난했다.

이 같은 갈등의 골은 부산의 집값이 급등하면서 더욱 깊게 패이고 있다. 18일 한국감정원 ‘전국 주택가격 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3억 919만 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2억 7958만 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6%나 상승했다.

무주택자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4월 결혼해 해운대구 전셋집에 살고 있는 C 씨는 자가 구매를 포기했다. C 씨는 “하루 아침에 집값이 몇천만 원씩 오르니 진짜 실거래가인지 호가인지 구분이 안 된다. 처음엔 더 오르기 전에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하는지 생각했지만, 이제는 무리해도 살 수 없을 만큼 뛰어 버렸다”고 푸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집값이 오를 때마다 반복된 현상이라 분석하면서도,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해신 솔렉스마케팅 부산지사장은 “집값은 집주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비정상 행위 등을 통해 집값을 올리면 결국 피눈물을 흘리는 것은 무주택자다. 공정한 룰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가 강력하게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서유리·이상배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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