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똘똘한 한 채’ 찾는데 공급은 부족… 대형 아파트 다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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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남 모(46·부산 남구 용호동) 씨는 올 9월 같은 아파트 단지 안에서 이사를 했다. 서재용 방이 1개 더 있고, 방들이 더 큰 곳으로 옮긴 것이다. 원래 살던 곳은 방이 3개였다. 남 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을 포함해 가족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온라인 수업 때문에 방마다 컴퓨터를 둬야 해 이사를 결심했다”며 “옛날에는 두 평형대 간에 가격 차이가 1억~2억 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호가이기는 하지만 4억~5억 원 정도로 벌어졌다”고 귀띔했다.

최근 아파트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에서 특히 대형 평형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부산 대형 가격 상승 두드러져
중대형 가격차 적어 수요 이동
중소형 공급 집중 대형은 없어
코로나에 넓은 공간 욕구 커져
“아파트 공급 양상도 변화할 것”


코로나19 상황에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넓은 아파트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대형 평형 공급 부족과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유로 작용한다.  부산일보DB

18일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부산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풀린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부산 지역 아파트 매매가격변동률은 8.72%였다. 매매가격변동률은 조사대상 가구 중 거래 가구 등락액 합계를 전체 가구의 시세 합계로 나눈 비율이다.

50평 이상 대형 평형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세분해서 보면 66㎡(20평) 미만이 8.05%, 66~99㎡(20~30평) 미만이 6%, 99~132㎡(30~40평) 미만이 9.1%, 132~165㎡(40~50평) 미만이 8.78%, 165~198㎡(50~60평) 미만이 12.48%, 198㎡(60평) 이상이 10.45%였다. 50~60평 매매가격변동률이 높은 지역은 해운대구(22.87%), 남구(12.57%), 수영구(11.21%), 북구(7.35%), 동래구(2.85%), 부산진구(2.39%) 순이었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뒷받침이 되는 지역에 대형이 많은 데다, 중소형 가격이 많이 오르면서 대형의 가격을 밀어 올린 때문으로 보인다”며 “해운대구의 경우 마린시티 제니스와 아이파크 등이 대부분 대형인데, 최근 들어 급격히 오르면서 해당 지역 전체 가격변동률을 높였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으로 다주택자의 취득세,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중형과 비교해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수요가 대형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부동산서베이 분석자료를 보면 실거래가 기준으로 7억 이상~10억 미만 아파트는 2016년 749세대였던 것이, 올해 2818건으로 늘었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15억 원 이상은 32건에서 282건으로 7.8배 늘었다. 연말까지 가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격 자체도 올랐지만 큰 평형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재택 근무, 온라인 수업 등이 급격히 늘고,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넓은 공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한 것이다.

최근 들어 공급이 거의 없는 것도 대형 평형대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부동산서베이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부산 지역에서 입주했거나 할 아파트 12만 2073세대 중 50평 이상은 1911세대(1.56%)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60평대 이상은 아예 없다. 반면, 30~40평은 넘쳐난다. 해당 기간 해마다 60% 안팎을 차지할 정도다. 인구가 감소하고, 1인 가구가 늘면서 주택 규모도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형 평형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아파트 공급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똘똘한 한 채 선호, 코로나19, 공급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형 평형 아파트가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라며 “재개발·재건축 때 위치 좋은 곳에 배치한 대형 평형은 조합원들이 차지해 버려 일반청약을 통해 공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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