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희생양’이었던 관문공항, 이제야 바로잡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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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덕신공항이다] 수도권의 근거 없는 낙인 찍기

여권의 김해신공항 백지화에 대해 ‘정치적 결정’이라는 수도권의 낙인찍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판단의 잣대는 2016년 국토교통부의 의뢰를 받아 신공항 사전타당성 연구를 진행한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용역 결과다. ADPi가 국외의 권위 있는 공항설계 전문기관인 만큼 당시 김해신공항 결정은 정치적 편향성을 배제한 ‘최상의 선택’이었고, 이를 뒤집는 건 다분히 정치적 고려가 들어갔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ADPi 조사는 당시 책임자인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그해 6월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정치적인 후폭풍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7%’라는 수치까지 언급할 정도로 순수한 입지 평가에 더해 조사 외적인 정치적 요소가 반영됐다.

ADPi가 내놓았던 ‘V자 활주로’
조종 잘하면 안전하다는 논리
PK-TK 갈등 고려한 정치적 산물
가덕이 총점 3등이었던 이유는
밀양 약점 고정장애물 제외 때문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타당성 검증 결과를 발표한 지난 17일 오후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가 발생했던 김해 돗대산 자락에서 바라본 김해국제공항 활주로. 막 이륙한 비행기 한 대가 상공을 향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사실 김해공항은 그 이전 국토부와 지자체가 수차례에 걸쳐 입지 검토를 하는 과정에서 확장성이 없어 신공항 입지로 불가하다는 판정을 내린 바 있다. ADPi가 ‘V자 활주로’라는 아이디어로 김해공항 확장 가능성을 열었지만, 그 자체가 부산과 대구·경북(TK)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민 끝에 내놓은 정치적 타협물의 성격이 강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ADPi의 판정에는 김해공항의 불완전성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후하게 평가를 내렸다는 정황이 다분하다.



실제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김수삼 위원장은 지난 17일 검증 결과를 발표하면서 ADPi가 김해공항에 V자 활주로를 찾아낸 데 대해서는 평가를 하면서도 △지상물 절취문제 △트래픽 러시(정체 현상)로 인한 항공기 조종사들의 불안감 △환경적 데이터 부족 △비행절차 수립과정의 법적 문제 등 여러 문제를 간과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ADPi 측은 V자 활주로의 각도를 틀어 운항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했지만, 이번 총리실 검증 과정에서는 V자 활주로에서 기상 악화 등으로 1차 착륙에 실패해 다시 재시도하는 ‘복행’ 과정에서 금정산 등과의 충돌 위험이 더 커지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와 논란을 빚었다. 2002년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이후 신공항 추진의 가장 큰 명분이 안전성 확보인데, 김해공항 확장안은 이런 문제가 거의 보완되지 않은 채 조종만 잘 하면 그럭저럭 안전한 공항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여서 부산·울산·경남이 ‘수용 불가’를 천명한 것이다.

ADPi 조사에서 밀양이 가덕도보다 총점이 높았다는 점을 들어 “3등을 1등으로 만들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시 용역에서는 인근 산봉우리 27개를 절개해야 하는 밀양의 가장 큰 약점인 ‘고정장애물’ 항목이 기존 용역과는 다르게 빠져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기울어진 평가라는 비판이 비등했다. 여기에 용역 결과 발표 직전인 그해 3월 대구의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조원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 보따리를 여러가지 준비하고 있다”며 정권 차원에서 밀양을 입지로 밀어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ADPi의 용역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어느 정도의 안전성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공항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을 뿐 동남권신공항이 추진된 근본적인 이유인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라는 부울경의 비전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부산이 1995년 ‘부산경제종합발전대책’의 일환으로 추진을 시작한 가덕신공항은 부산신항 및 철도·도로와의 연결성 등으로 ‘트라이포트’를 실현할 수 있는 데다 24시간 운항이 가능하고, 안전성까지 확보할 수 있는 부산의 미래와 직결된 인프라다.

부산의 여권 관계자는 “부산의 미래발전 전략으로 추진돼 온 가덕신공항이 2002년 중국 민항기 사고로 안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지역민의 열망이 됐다”면서 “수도권에서 단지 ‘비용’과 ‘정책 수정’이라는 표면적 이유만으로 ‘정치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그야말로 지역은 안중에도 없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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