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코로나 속 ‘언택트 송년회’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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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대학 친구들을 볼 생각에 들떴던 김 모(47) 씨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동기 송년회’가 취소됐다는 소식에 우울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일부러 조금 이르게 송년회 날짜를 정했지만, 국내 확산세가 다시 심상치 않자 모임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했다.

김 씨는 “분기마다 모이던 동기 22명은 올 5월 이후로는 문상을 자제할 정도로 만남이 없었다”며 “SNS 단톡방에는 ‘내년에는 백신이 나와서 그리운 얼굴들과 소주잔 팍팍 돌리고 싶다’, ‘얼굴에다 침 튀기며 이야기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등 아쉬움 가득한 글만 올라오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수도권 확산에 연기·취소 속속
미술관 관람·랜선 송년회 각광


연말을 앞두고 김 씨 모임처럼 송년회를 미루거나 아예 취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코로나19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면서 올해는 송년회를 생략하자는 분위기다.

특히 직원 수가 많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으로 직원 연말 송년회를 자제시키고 있다.

대기업 A사 연구원인 조 모(32) 씨는 “지난해까지는 팀이나 파트별로 공식 송년회가 이어졌다”며 “올해는 공식적으로 송년회가 없다고 했고, 친한 사람들끼리 식사 자리 정도를 잡는 분위기”라고 밝혔다. 불가피하게 송년회를 하더라도 1차로 간소하게 끝내라며 세부 지침까지 내린 회사도 있었다.

가정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다르게 송년회를 강행하는 회사에 대한 불만도 쏟아진다. 주부 손 모(32) 씨는 “남편 회사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회식을 하더니 워크숍까지 앞두고 있다”며 “송년회도 진행할 것 같아 신고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면 행사를 취소하는 대신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는 ‘언택트 송년회’가 대안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미 한 대기업은 올해 직원 가족 초청행사를 온라인으로 대체해 계열사 미술관 전시를 관람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젊은 층 사이에서는 ‘랜선 송년회’가 활성화할 조짐도 보인다. 회사원 한 모(34) 씨는 다음 달 중순 친구 7명과 랜선 송년회를 하기로 약속했다. 각자 집에서 음식이나 술을 꺼내놓고 영상 통화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한 씨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한 데다 올해 아이도 태어나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며 “오히려 온라인으로 송년회를 하니 싱가포르 등 멀리 해외에 나가 있는 친구까지 참석할 수 있어 그건 되레 장점인 것 같다”며 웃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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