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금아의 그림책방] 목 안의 가시? 빼 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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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 공연예술팀장

꿀오소리(라텔)는 족제비과의 동물로 성질이 거칠다. 쁘띠삐에의 <꿀오소리 이야기>에는 분노에 찬 꿀오소리가 등장한다. 자신보다 작다는 이유로 겁을 주고, 자신보다 크다고 덤벼든다. 느리다고 발로 차고, 빠르다고 사납게 쫓아간다. 심지어 상대가 친절하다는 이유로도 화를 낸다. 결국 참다못한 이웃 동물들이 숲을 떠난다. 마음에 안드는 모든 것이 사라졌으니 꿀오소리는 행복할까?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사라졌다고 분노하는 것은 아닐까.



조원희 작가는 미움의 감정을 그림책 <미움>으로 풀어낸다.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황당하다. 다음에는 왜 그럴까 궁금해 한다. 그러다 ‘좋다, 나도 너를 미워해주마’ 생각하게 된다. 매 순간 “꼴도 보기 싫어”라는 말을 떠올리며 미움의 감정을 키운다. 마음을 미움으로 가득 채웠다. 완벽하게 상대방을 미워하게 됐는데 이상하게 시원하지가 않다. 이유가 뭘까.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다가 잠이 든 적이 있다는 작가는 미움을 목 안의 가시에 비유한다(그림). 불편하고 신경 쓰이는 감정. 어디에 박혀있을까 입을 벌려 거울을 보아도 보이지 않는 감정. 누군가를 미워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도 괴로움의 족쇄를 채우는 일이다. 쓸데없는 감정에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감정 낭비의 족쇄를 끊고 돌아서는 주인공의 뒷모습이 가뿐해 보이는 이유다.

분노와 미움 같은 부정적 감정은 작은 말 한마디에서 시작될 수 있다. 오나리 유코의 <말의 형태>는 사람의 말이 눈에 보인다면 좀 더 조심스러워지지 않을까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상처주는 말은 못과 같다. 사람을 억누르는 말은 탱크 같다. 뾰족한 말의 못이 상대방에게 날아가 꽂히는 것을 상상해보라. 예상 못한 말이 남에게 상처를 입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피로 얼룩진 상대방의 상처를 보며 ‘나의 말’이 가진 무게를 다시 생각한다. 지금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말은 어떤 형태를 가지고 있을까. 책 속의 ‘아름답지만 가시가 있는 장미 같은 말’보다 ‘흔하지만 예쁜 토끼풀 같은 말’에 더 시선이 머문다.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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