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추진에 선거 표심 바뀐다’는 수도권 언론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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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덕신공항'이다] 지역민 깔보는 ‘낙인찍기’ 극심

가덕신공항 추진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겨냥한 포퓰리즘 행태로 치부하는 수도권 언론의 낙인찍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18일과 19일 자 수도권 신문의 김해신공항 검증 관련 지면. 강선배 기자 ksun@

‘오거돈 성추행 뒷감당에 왜 국민이 10조 원 내야 하나.’

수도권 논리를 전파하고 있는 조선일보의 19일 자 사설 제목이다.

가덕신공항 추진을 단지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표심만 겨냥한 ‘포퓰리즘’ 행태로 치부하는 낙인찍기와 비과학적 주장으로 가덕신공항을 깎아내리려는 수도권 언론의 시도가 점입가경이다. 부산 민심이 마치 가덕신공항이라는 ‘떡’만 안겨 주면 아무 생각 없이 여권의 손을 들어 줄 것이라는 투다. 이런 시각이야말로 지역의 민도(民度)를 낮춰 보는 수도권의 오만한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거돈 이슈 덮는 전략” 주장
‘10조 원짜리 매표 행위’ 선동
2016년 총선 더불어민주당 약진
‘김해신공항’ 결론 두 달 뒤 발표
신공항과 표심 큰 연관성 없어
‘태풍 진로상 불가’도 사실무근
태풍·파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


■선거와 무관 역대 선거서 입증

이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명박 정부가 2011년 3월 가덕도와 밀양에 대해 ‘경제성이 낮다’며 동남권 관문공항을 백지화시킨 직후인 2012년 4월 열린 19대 부산 총선은 ‘여당 심판론’이 휩쓸어야 했다. 실제 당시 부산에서는 이 전 대통령이 핵심 지역 공약을 저버린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결과는 야당인 통합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이 18개 선거구 중 기존 1석에 1석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그것도 대선주자급인 문재인 당시 의원과 원래 지역구 현역이던 조경태 의원만 겨우 살아남았다. 신공항 이슈가 선거에 별반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해 말 대선서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가덕신공항에 대해 다소 모호한 입장을 보인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분명한 지지 의사를 보냈다. 그러나 박 후보는 부산에서 60%를 득표해 문 후보를 압도했다.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5석을 얻으면서 약진했지만 이 또한 신공항 이슈와는 거리가 있다. 총선은 그해 4월에 치러졌고, 박근혜 정부의 ‘김해신공항이 최상의 결론’이라는 발표는 두 달 뒤인 6월에 나왔다. 부산 유권자들이 이런 결과를 미리 예상하고, 민주당에 표를 줬을 리는 만무하다.

이처럼 역대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가덕신공항이 지역의 숙원사업이고, 예민한 이슈이긴 하지만 특정 정치세력이 이 문제에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부산 표심이 한쪽으로 쏠리지는 않았다. ‘신공항 포퓰리즘이 시장 선거를 덮었다’는 류의 수도권 언론 지적은 이런 객관적 사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부산 정치권 관계자는 “가덕신공항을 여기까지 끌고 온 부울경 노력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던 수도권 언론이 단지 선거가 임박했다고 해서 ‘10조 원짜리 매표 행위’라며 자극적으로 선동하는 행태야말로 지역민들의 수준을 깔보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태풍 논란, 비과학적 억측의 극치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방적 주장으로 가덕신공항의 적합성을 폄훼하는 행태도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가덕신공항은 태풍의 진로에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 등에 따르면 가덕신공항은 2003년 한반도를 강타한 ‘매미’ 등 대형 태풍과 10m 이상의 높은 파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가덕신공항 시설은 해수면보다 40m 높은 위치에 건립되며, 공항 부지의 60%를 육상에 배치한다. 태풍, 해일 등 자연재해로 인한 침수나 붕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수도권 언론 등에서는 일본 간사이공항의 태풍 피해 사례를 들며 가덕신공항이 자연 재해에 취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간사이공항 시설과 해수면 사이의 차이는 불과 5m로 가덕신공항의 40m에 비해 크게 낮다. 간사이공항의 태풍 피해가 가덕신공항에 그대로 재연될 것이라는 것 또한 막연한 주장일 뿐이다.

또 대형 파도를 막는 방파제 역할을 하는 ‘마루’는 법적 기준보다 높게 설치된다. 가덕도 동측 마루의 높이는 16m, 서측은 9.5m로 법적 설계 파고(물결의 높이) 기준 10m와 5m보다 각각 높다.

부산시 관계자는 “가덕신공항은 공항시설과 해수면 사이 높이가 간사이공항에 비해 8배나 높아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며 “태풍이 연중 부는 것도 아니고 가덕도에만 오는 것도 아니지만 가덕신공항은 해상에 건립되는 만큼 자연재해 예방 시설을 법적 기준보다 강화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김 형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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