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4일까지 영화의전당서 특별전
30~40대 젊은 감독 역작 만날 기회

러닝타임 13시간이 넘는 마리아노 이나스 감독의 ‘라 플로르’ 스틸. 영화의전당 제공

밀라그로스 무멘탈러 감독의 데뷔작 ‘문과 창을 열어라’ 스틸. 영화의전당 제공

한국 관객에게 아무래도 중남미 영화는 낯설다. 일반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하고 그나마 국제영화제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정도다. 그나마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등장으로 영어나 동아시아어가 아닌 언어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조금 늘어난 수준이다.

새로운 세계의 영화가 궁금하다면, 지금 세계 영화계에서 눈부신 작품을 내놓고 있는 아르헨티나 영화를 주목해봐도 좋겠다. 마침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 ‘아르헨티나 영화의 새로운 시대’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다음달 4일까지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30~40대 젊은 아르헨티나 감독 5명의 작품 14편을 만나볼 수 있다. 허문영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램 디렉터는 “오늘의 지구에서 새로운 영화적 재능이 가장 많이 부상하는 소수의 나라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들과 영화를 한번에 만나는 자리”라고 소개했다.

특별전 소개 작품 중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마리아노 이나스 감독의 ‘라 플로르’(2018)다. 13시간이 넘는 상영 시간에도 불구하고 세계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이나스 감독이 10년에 걸쳐 만든 작품으로 B급 영화에서 로맨스, 미스터리에서 스파이 스릴러, 실험영화로 옮겨가며 6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중간 휴식 시간을 두고 3부로 나눠 상영한다. 28일 오후 1시 ‘라 플로르 1부’ 상영 후 남다은 영화평론가의 특별강연도 열린다.

마티아스 피녜이로 감독은 셰익스피어 고전 속 인물을 재해석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주로 동시대 아르헨티나 여성들의 삶을 표현하고 있으며 엄청난 대사가 특징이다. 데뷔작 흑백영화 ‘도둑맞은 남자’(2007), 대화를 통해 관계의 진실을 묻는 ‘그들은 모두 거짓말하고 있다’(2009),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를 원작으로 하는 ‘비올라’(2012) 등 3편을 볼 수 있다.

알레호 모귈란스키 감독은 문학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을 다수 찍었다. 새뮤엘 베케트의 <머피>에서 영감을 얻은 ‘카스트로’(2009), 애드거 앨런 포의 단편 <황금 풍뎅이>를 각색한 ‘더 골드 버그’(2014), 안데르센의 동화 <성냥팔이 소녀>가 모티브가 된 ‘성냥팔이 소녀’(2017)를 상영한다.

여성 감독인 밀라그로스 무멘탈러 감독은 데뷔작 ‘문과 창을 열어라’(2011)로 로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데뷔작을 비롯해 아버지의 부재와 남은 가족의 갈등과 연대를 다룬 ‘호수의 생각’(2016) 2편을 특별전에서 만날 수 있다.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의 ‘사자굴’ 스틸. 영화의전당 제공

마지막으로 파블로 트라페로 감독은 작품 속에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아르헨티나의 과거와 현재, 정치 사회 현실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가난한 청년이 부패한 경찰 조직에 들어가 고군분투하는 이야기 ‘비밀경찰’(2000), 살인 사건 용의자로 몰린 한 여성이 수감되고 탈출하면서 직면하는 윤리적 딜레마를 그린 ‘사자굴’(2008),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은 아르헨티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난 ‘카란초’(2010), 198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일어난 푸치오 가족의 범죄 실화를 서스펜스 스릴러로 풀어낸 ‘클랜’(2015)을 선보인다. ▶‘아르헨티나 영화의 새로운 시대’=12월 4일까지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일반 7000원, 유료회원·청소년·경로 5000원. 박인호 영화평론가의 해설 일정은 영화의전당 홈페이지(www.dureraum.org) 참조. 051-780-6080.

조영미 기자 mia@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