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특별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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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204년 로마 제국은 ‘그 누구도 변론의 대가로 돈이나 선물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 특별법을 제정해 시행했다. 서양에서는 고대부터 이미 재판 당사자를 돕는 법률 전문가인 변호사 직업이 존재했다. 로마의 특별법은 금품을 과도하게 받는 변호인들이 늘어나 사회문제화하자 생긴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1947년 ‘나치 금지법’이란 특별법을 만들어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 사건인 홀로코스트(Holocaust) 범죄를 부인하거나 찬양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있다. 홀로코스트를 반성하고 인종차별 범죄를 단속하려는 취지다. 1990년 프랑스도 자국과 유럽에서 나치 찬양과 홀로코스트 부정, 인종차별 현상이 심해지자 이를 범죄로 못 박은 특별법을 제정했다.

이같이 특별법은 특정한 사람과 사항, 사물, 어느 지역에 한해 적용하는 법을 말한다. 일반법이 헌법, 형법, 민법처럼 모두에게 적용되고 효력이 미치는 보통법이라면, 특수한 경우나 특정 지역을 따로 뽑아 특별히 취급하려고 만든 게 특별법이다. 특별법이 일반법과 영역이 겹칠 경우 특별법 우선 원칙이 적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특별한 사안 또는 사건과 관련한 입법을 요구하는 국민적·사회적 압력이 강해지면서 다양한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특별법이 남발된다”는 지적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영향력이 넓은 기존 일반법을 개정하는 것보다 특별법 발의·제정 과정이 간편하고 문제 해결도 쉬워 선호하는 추세다.

광주 5·18 사건의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위해 제정된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과 제주 4·3 사건에 대한 만행을 조사하고 희생자와 유족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4·3특별법’, ‘4·16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특정 지역을 개발하기 위한 특별법으로는 ‘새만금사업 추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있다. 특히 지난 2003년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지방분권 특별법’ 등 3개 법 제정으로 지방분권 실현의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최근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따라 여야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앞당기기 위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행정절차 단축과 전폭적인 정부 지원을 담은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하루빨리 마련돼 신공항 조성을 차질없이 이뤄 내고 국토균형발전을 촉진하길 바란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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