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법 개정안 싸고 여야 극단 대치·국회 공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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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22일 더불어민주당의 ‘공수처법 개정’ 움직임을 강력 비판하며 총력 저지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국회 보이콧 방안까지 거론했다. 여당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야당의 거부권을 없애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내달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킨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이대로 가다간 국회 파행이 불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여야 지도부가 진지하게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결론을 내 달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주문처럼 여야는 최대한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인사가 공수처를 이끌 수 있도록 막판까지 ‘합의 추천’을 포기해선 안 된다. 국민이 실망하지 않도록 여야 모두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공수처장 ‘비토권’ 남용 야당 책임 크지만
여당도 ‘합의 추천’ 끝까지 포기해선 안 돼

‘비토권’을 남용한 국민의힘과 그 추천위원들에게 일차적 책임이 있다. 공수처장 후보로 추천되기 위해서는 당연직 3명과 여야 추천 4명을 포함한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는데 지난 18일 3차 회의에서도 마지막까지 남은 후보자 2명은 각각 5표씩밖에 얻지 못했다. 야당 측 추천위원 2명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추천의원들은 민주당이 추천한 후보는 물론이고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추천한 후보에게도 동의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무산시켰다. 야당에 비토권을 준 것은 공수처의 중립성을 해칠 만한 후보 임명을 막기 위한 것이지, 이런 식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악용하라는 건 아니다.

여당 입장에서도 야당의 ‘발목 잡기’가 갑갑할 수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여야 중 어느 한쪽이 끝없이 반대하면 영원히 뽑을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당 스스로 포함한 야당 비토권을 공수처법 시행 1년도 안 돼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건 또 다른 정쟁을 불러오고, 정치불신을 가속화할 뿐이다. 고위공직자 7000여 명을 수사 대상자로 둔 공수처는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야 합의로 후보를 추천하는 게 마땅하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추천위를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국민의힘이 먼저 변화해야 한다. 여당도 합의 추천에 대해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지금 이대로라면 여당은 의석수로 밀어붙일 것이고, 야당은 극렬히 반대하면서 정기국회 예산안 심사와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오는 25일 법제사법위원회가 열리기 전이라도 여야는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협상을 시도하기 바란다. 현재 법사위에는 김용민 의원의 개정안 등이 계류 중이다. 추천위원을 여야 교섭단체 2명씩이 아니라 국회에서 4명 추천하도록 하고,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6명에서 5명으로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법 개정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 공수처법이 빌미가 돼 또다시 국회가 공전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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