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 잘못 끼운 영도 체육관, 얼렁뚱땅 설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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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구청이 대형 실내체육관 설립을 추진하면서 실시설계안을 부실하게 검토해 공사비가 배 가까이 늘어난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구청은 뒤늦게 설계 변경안을 내놓으며 수습에 나섰지만 “안일한 행정 탓에 구민체육시설 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높다.

영도구청은 어울림문화공원 부지(영도구 함지로79번길 6)에 설립 추진 중인 ‘다목적 실내체육관’의 실시설계안을 최근 변경했다고 22일 밝혔다. 건물 연면적이 축소되면서 체력단련실 등 시설 이용공간이 일부 쪼그라들고, 외부 배드민턴 경기장과 주차공간도 축소됐다.

85억 들여 어울림문화공원에 추진
설계안 부실 검토로 공사비 눈덩이
착수 보고 5개월 뒤 “설계안 변경”
구의회 “사업 원점서 재검토해야”



앞서 영도구청은 2018년 8월 정부의 ‘생활체육시설 지원사업’에 지원해 선정됐다. 총 85억 5000만 원을 들여 연면적 2623㎡의 다목적 체육관을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구청은 국비 30억 원, 시비 15억 25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이에 더해 영도구청은 시 특별교부세 10억, 동삼하리지구특별회계 9억 8000만 원, 구비 30억 2500만 원을 마련해 총 95억 3000만 원의 예산을 준비했다. 설계비와 감리비 등을 제외한 순수 공사비는 87억 4700만 원. 영도구청은 올 2월 공모를 통해 이 예산에 맞는 설계안을 선정했다. 이어 착수보고(4월), 자문회의(5월), 중간보고(6월)를 거쳤다.

하지만 착수보고한 지 5개월이나 지난 9월 15일, 영도구청은 느닷없이 “설계안을 변경하겠다”고 나섰다. 기존 안대로 공사하면 필요 예산이 87억 원이 아닌 132억 원이 된다는 이유였다. 공사비가 예상보다 배 가까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수개월이 지나서야 확인했다는 뜻이다.

기존 안을 고집할 경우 필요한 사업비가 수십억 원 늘어나는 데다 추가 행정절차까지 필요해 올 9월 영도구의회에 변경된 실시설계안을 제출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체육관 연면적은 2303㎡로 기존안보다 320㎡ 줄었고, 59면이던 기존 주차 공간은 50대로 줄었다.

배드민턴 경기장이 있는 '스포츠필드'도 669.2㎡에서 342.12㎡로 절반가량 줄었으며, 산책로도 400m에서 236m로 반토막 났다. 지상 2층에 위치한 다목적 실내 강당도 1198.8㎡에서 932.4㎡로 축소됐다.

영도구청은 건축공간 면적이 대폭 축소된 원인으로 빠듯한 설계 기간과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 등이 이유라고 해명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지반조사 결과 토질이 예상과 달라 토목공사비가 증가했고, 외장재를 고품질로 사용하며 비용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면서 “예산에 맞추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설 규모가 줄어들지만 구민들의 이용에 불편함이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도구의회는 “구청이 급조한 설계 변경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영도구의회 양준모 의원(국민의힘)은 “구청의 설계과정 부실 검토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주민들”이라면서 “해당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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