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부끄럽지 않아… ‘대학 가야 취직’ 생각부터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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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민국 고졸'이다] (상) 전국구 충주시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




대한민국 청소년은 매일 전쟁터에서 산다. 목표는 ‘좋은 대학’. 거기서 낙오한 아이들은 요즘 말로 패배자가 된다. 최소한 ‘괴물’ 취급을 당하지 않으려고 처절한 경쟁 속에서 살아간다.

대학만 가면 신세계가 펼쳐질 줄 알았던 ‘대입 생존자’들 앞에는 더 큰 쓰나미가 덮쳐 온다. 취업이다. 좌표 설정 없이 대학에 간 이들은 블랙홀 속에서 헤매기 일쑤다. ‘욜로(YOLO·개인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는 생활 방식)’와 같은 말을 추종하며 현실을 탈출하려 하지만 세상은 요지부동. 좌절한 청년들은 더는 미래가 없다고 소리친다.

애초에 그들이 ‘고졸’만으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다면, 그 엄청난 시간과 사교육비, 등록금을 꿈을 향한 일에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청년들의 꽉 막힌 숨통을 틔워 줄 근본적인 ‘교육 혁명’이 그래서 절실하다. 고졸이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수도권 대학 중퇴 ‘스타 공무원’ 변신
유튜브 구독자 지자체 1위 만든 주역
고졸 차별 없지만 무의식적 시선 남아
확실한 미래 없는 ‘막무가내 고졸’ 경계


충주시 유튜브 ‘충TV’의 대표 콘텐츠인 ‘코로나19 관짝춤’. 22일 오후 기준 조회 수가 456만 회를 기록 중이다. 오른쪽이 김선태 주무관. 충TV 영상 캡처

대학을 그만두고 충주시 공무원이 된 뒤 전국 지자체 유튜브 구독자 1위를 달성하며 ‘전국구 유튜브 스타’가 된 김선태(33) 주무관. 그의 삶의 궤적에서 학벌중심 사회를 타파하고, 근본적인 교육제도 개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해답을 엿볼 수 있다.

충북 충주시청에서 ‘만렙 홍보맨’ 김선태 주무관은 최근 서울시를 제치고 유튜브 구독자 지자체 1위를 만든 주인공이다. ‘B급 갬성’ ‘돌연변이’ ‘괴짜’ 등 세간의 수식어를 얻고 있는 ‘공무원 스타’다. 틀에 갇히지 않은 창의성이 그의 강점이다.

김 주무관은 학벌의 틀을 깬 ‘고졸’이다. 그는 지역 명문고를 나와 수도권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도 학과도 그냥 점수에 맞춰서 휩쓸리듯 갔다. 그러나 그는 전공 공부에 관심이 가지 않았고, 결국 군 전역 후 학교를 그만뒀다. 부모님 반대는 크게 없었다. ‘사법고시 준비’라는 명분이 있었고, 서른 살 전까지 합격이 안 되면 취업을 하겠다는 ‘플랜B’도 세웠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을 그만둘 때 정상적인 회사를 가겠다는 생각 자체를 접었다. ‘고졸 스펙’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제한적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고졸이라서 차별을 당하진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무의식적인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느낀다. 몇몇 동료는 공무원이 된 후에도 어떤 이유에서인지 대학을 다시 다닌다고.

그는 “사실 일 외적으로는 강의를 다니면서 학벌주의를 꽤 느낀다. 강의 도중 항상 ‘고졸 없나요?’라고 물어보는데 있으면서도 손을 들지 않는다. 또 제가 고졸이라고 밝혔을 때 마치 반전이라는 인식에 웃음이 터지기도 한다. ‘아 여전하구나’ 하고 느낀다”고 토로했다.

김 주무관은 고졸임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학력의 틀을 벗어난 자신을 대견해하는 듯 보였다.

그는 아이가 “아빠 나 대학 안 갈래!”라고 한다면, “아싸!”라고 답하겠다고 했다. 본인의 미래 계획을 구체적으로 짜왔다는 것 자체가 칭찬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농담 섞인 말투로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효자인가. 4년간 학비가 얼마인데, 그 돈으로 펀드를 들어주거나 대출 껴서 땅을 사 주는 게 낫다. 진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다만 그는 확실한 미래 계획 없이 막무가내로 고졸을 선택하는 건 경계했다. “요즘 고졸자가 성공하는 사례만 보고 회피하듯 제도권 교육을 벗어나는 학생들도 있다. ‘아, 고졸도 다 잘 사는데 나도 학교 가기 싫어’는 바람직하지 않은 마인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그가 처음으로 생각에 잠긴 듯 말끝을 흐렸다. 한숨을 짧게 내쉰 그는 옅은 미소와 함께 마지막 말을 건넸다.

“모두가 대학을 가야 취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게 급선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이승훈·황석하·박세익 기자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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