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꼭 맞는’ 로봇을 입고 다시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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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재활치료

수술 못지않게 재활도 중요하다. 수술결과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갈리기도 하지만 재활치료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재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운동기능과 인지기능이 돌아오지 않으면 환자 치료는 절반의 성공에 그친다. 노령층과 장애인구의 증가로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활로봇·가상현실 등 새 치료법 등장
초기 기립-보행-자율보행 단계적 훈련
환자의 ‘운동 의도’ 감지한 후 작동
충돌·낙상 위험 없는 ‘안전한 재활’
환자 상태에 맞게 치료 강도 조절도


■뇌졸중, 척수손상, 파킨슨병 초기재활이 관건


오랜 침대생활로 제대로 서지 못하는 환자를 위해 기립운동을 도와주는 ‘에리고’ 로봇.


게임을 하면서 손가락과 상지 기능 회복을 돕는 ‘라파엘 시스템’.



초기 보행단계에서 런닝머신 위를 걸으면서 근력 강화훈련을 시켜주는 ‘로코맷’ 로봇(오른쪽 위).


뇌졸중은 단일 질환으로는 국내 사망 원인 1위다. 환자들 대부분이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다. 손발 마비, 삼킴 장애, 인지기능 장애, 발음 장애와 같은 언어 장애가 대표적인 후유증이다.

뇌졸중 발병 후에 후유증을 줄이려면 특히 초기 단계의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발병 3년 정도가 지나도 재활치료의 효과는 나타나지만 3개월 이내에 적절한 재활치료를 시도해야 회복이 빠르다.

교통사고 등으로 인한 척수손상 환자에게도 재활치료는 중요하다. 척수손상으로 신경이 전달되지 않으면 팔다리 동작은 물론 대소변의 조절이 안될 수도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재활치료를 시작해야 관절이 굳지 않고 다른 합병증이 생기지 않는다.

치매나 파킨슨병은 뇌신경계의 퇴행성 변화때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노인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파킨슨병의 경우 팔다리가 떨리거나 관절이 뻣뻣해질 수 있으며 움직임이 느려질 수 있다. 또 등이 앞으로 굽어지고 첫걸음을 떼기가 어려워지며 종종걸음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이런 경우는 안정적인 보행을 촉진하기 위해 근력 강화운동, 균형감각 훈련, 보행훈련 등을 통한 재활치료가 시행된다.

사상스마트병원 곽제환 병원장은 “뇌졸중, 척수손상 등의 중추신경계 질환 환자들은 대학병원에서 급한 수술을 받고 나면 재활치료를 마땅히 할 곳이 없어 환자와 가족들이 힘들어한다. 급성기 치료가 이루어진 후 사회로 빨리 복귀하기 위해선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필수다”고 강조했다.



■로봇 재활치료 등 첨단치료법 도입

흔히 재활치료는 운동 치료와 작업 치료로 나뉜다. 운동 치료는 관절 가동운동, 매트운동, 균형훈련, 자세훈련, 이동훈련, 보행훈련 등이 있다.

작업 치료는 삼킴 치료, 인지 기능훈련, 일상생활 훈련 등이 있고 언어 마비 환자를 위해 언어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물리치료사가 시행하는 전통적인 재활치료와 함께 신경재활치료, 가상현실, 로봇 재활치료 등 첨단공학 기술과 재활치료가 접목된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되고 있다.

로봇 재활치료는 기존의 재활치료 시스템으로는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단순하게 신체를 지탱해주는 역할 뿐만 아니라, 중증 환자나 노인의 신체 움직임을 향상시키고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마비 환자의 경우 보행과 일상생활 동작에 제한이 있어 근육 손실이 발생하고, 심폐기능 약화로 인해 운동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이로 인해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로봇 재활치료는 효과적인 초기 재활치료를 시행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게 해준다.

로봇 재활치료의 기본 개념은 ‘신경 가소성’의 원리에 기반한다. 손상된 뇌세포 기능을 건강한 다른 뇌세포가 대신하면서 잃어버린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는 것이다. 로봇 장치를 이용한 운동학습을 통해 신경 가소성을 촉진시켜 보행이나 일상생활동작을 개선시켜준다.



■기립- 보행 등 단계별로 다양한 로봇치료

로봇 재활치료는 환자의 운동능력에 따라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초기 기립-보행-자율보행 등의 순서로 진도가 달라진다.

초기 기립단계에서 적용되는 재활로봇이 ‘에리고’다. 운동기능 상실 환자들의 초기재활에 쓰이는 로봇이다. 척수손상, 뇌졸증, 외상성 뇌손상, 파킨슨병 등으로 인한 중추신경계 손상이 심한 환자들이 대상이다. 장시간 지속된 침대 생활로 인해 제대로 서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집중적인 감각 자극을 통하여 기능회복을 촉진한다.

초기 보행 단계에서는 ‘로코맷’ 재활로봇이 추천된다. 보행장애가 있는 환자가 장비를 착용하고 런닝머신 위를 걸으면서 근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주는 로봇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되면서 보다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안다고’는 초기 보행훈련 후에 하지 근력과 상지 움직임을 통해 독립적인 보행을 돕는 로봇장비다. 실제 지면에서 자율보행 훈련을 할 수 있으며 환자의 운동 의도를 감지하고 움직여 주기 때문에 충돌과 낙상의 위험이 없다. 안전한 보행 훈련이 가능함에 따라 환자의 상태를 더욱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손가락 등 상지 기능이 저하된 경우에는 ‘라파엘 시스템’이 효과적이다. 환자의 손동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면서 상지기능 재활과 인지재활치료가 이루어진다. 게임을 하는 느낌이어서 환자의 흥미를 유발해 치료시간이 아주 즐겁다.

사상스마트병원 최승영 재활의학과 과장은 “이런 치료들은 모두 경과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재활치료의 향상 정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며 “환자의 상태에 맞게 치료 강도를 조절할 수도 있어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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