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의 최전선 부산, ‘청년 용사들’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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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교육, 부산서 시작하자] 4. 순환하는 삶

부산 청년 기후위기 단체 ‘기후용사대’가 지난 11일 송상현 광장에서 발대식을 갖고 “서로를 살리고 함께 살아갈 것”을 선언했다. 기후용사대 제공

처음 일회용 플라스틱 물품, 일회용 종이컵 등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차마 한번 쓰고 버리지 못하고 계속 사용했다. 제조업체들이 나서 “제발 한번 쓰고 버리세요”라며 일회용 개념을 주입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요즘은 뭐가 됐든, 한 두 번 쓰고 버리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 세상이 됐다. 풍요와 편리함에 길들여진 삶, 지구와 다른 생명체를 멸종시키는 삶, 정말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곳곳에서 그 삶을 바꿔내기 위한 작은 노력들이 시작되고 있다. 채식 전문 밥집, 채식 빵집들이 늘어나고, 최근 경기도 한 지자체에서는 플라스틱 용기를 도자기로 바꿔주는 행사도 진행했다. 소비자들은 직접 제조회사에 메일을 보내 우유에 플라스틱 빨대를 부착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등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부산은 특히 기후위기 피해의 최전선에 있는 지역이라는 점에서, APEC기후센터, 탄소배출권 거래소 등 기후위기 관련 기관들이 집적돼 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의 선두에 설 수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여건에 더해 지난달 전국 1호 환경교육도시로 지정된 도시인 만큼, 부산이 미래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교육’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단체 ‘기후용사대’ 출범
온난화 근본 원인은 천민 자본주의 탓
市 교육청 ‘청소년 그린리더’ 열공 중
첫 환경교육도시, 환경교육 의무화해야



■기후용사대 출범, 묵직한 질문을 던지다

지난 11일 부산 송상현 광장에서는 부산의 청년들이 모여 바다를 상징하는 파란 천 위에서 ‘우리는 모두 다 연결돼 있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퍼포먼스는 부산 청년 기후위기 대응 단체 ‘기후용사대’의 출범을 알리는 행사였다.

기후용사대는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 폭우,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에 부산이 큰 영향을 받는데도 부산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소극적이다”면서 “부산을 대표하는 청년 기후단체가 없고 계속 아무 대처도 하지 않으면 부산은 기후위기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기후용사대를 만들게 됐다”고 출범 이유를 밝혔다.

이날 발대식에서 기후용사대는 “지구가 뜨거워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본주의’에 있고, 산업화 이후 인류가 성장을 좇아온 길은 결코 정의롭지 않다”면서 “경제 성장만을 앞세워 가난한 이들을 외면하고, 미래 세대의 자원을 앞당겨 닥치는 대로 소비하고 있다. 지금의 생활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 3월 ‘청소년기후행동’이 헌법소원을 낸 데 이어 지난 11일에도 서울의 중학생 등 3명이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25조 1항’의 위헌성을 확인해 달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시행령 조항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준이 되기에 불충분하며, 이로 인해 국민의 환경권, 건강권, 생명권, 신체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개인의 실천’만으로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단계는 지났으며, 국가가 나서, 시스템이 통째로 바뀌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며 국회와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 그린리더와 적정기술

못에 구리선 700번 감기, 나무날개 톱질하기, N극과 S극 찾기…. 21일 오후 부산 기장군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 모여 풍력발전기를 직접 만들어본 고등학생들의 표정은 자못 진지했다. ‘쉽게 사용해온 전기에너지였는데,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구나.’ 이날은 부산시교육청이 양성하는 ‘청소년 그린리더’ 교육과정 두 번째 시간 ‘적정기술’ 강의가 있는 날이었다.

축구공 안에 발전기를 넣어 시계추 운동으로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게 한 축구공 발전기와 같은 ‘적정기술’은 하버드대 학생들이 개발해 현재 아프리카 남미에서 5만 개 이상 사용되고 있다. 학리기후변화교육센터에도 이 같은 적정기술인 자전거 발전기, 태양광 자동차, 태양열 조리기, 풍력발전 등이 있어 학생들 교육에 활용되고 있다.

이날 그린리더 교육에 참가한 데레사여고 2학년 진보리 학생은 “기후변화가 매우 심각한데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노력, 사회의 실천이 중요하다”면서 “어른들이 미래세대에게 지구를 안전하게 넘겨줘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매우 위험하다. 경각심을 갖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리더십 캠프’ 참여 학생들에게는 그린리더 수료증이 수여된다. 그린리더 교육이 더욱 보편화돼 부산 지역 학생 전체에게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환경교육도시, 여건이 갖춰지다

부산시교육청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생태환경교육’을 내년도 역점 사업으로 잡고 있다. 또한 전국 최초로 환경 과목 전담 교사를 채용해 내년 배치에 나서며, 중학교 환경 교과서 ‘부산의 에너지와 환경’(가칭)도 자체 제작하고 있다.

9월에는 시교육청과 부산시, 부산시의회와 시민이 함께하는 ‘기후위기부산 공동선언’을 했고 10월에는 환경부가 지정하는 첫 ‘환경교육도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폐교인 반여초등학교에는 ‘국가환경체험교육관(에코스쿨)’을 조성하기 위해 환경부와 함께 추진 중에 있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들은 “하루라도 빨리 내실 있는 기후위기 교육이 이뤄지려면 교사 연수를 강화해 교사들의 생태 소양을 높이고 이를 통해 학교별로 환경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9일 열린 기후위기대응을 위한 미래교육 포럼에 참석한 전인수 국가환경교육센터 청소년 운영위원과 학부모 권순은 씨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환경교육이 해외처럼 의무교육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원태 APEC기후센터 원장도 지난 11일 열린 2020년 부울경 기후변화포럼에 참석해 “부울경 지역에 부산지방기상청뿐 아니라 APEC기후센터, 탄소배출권 거래소, 해양수산 관련 정책연구기관, 울산 에너지경제연구원, 남동발전 등 기후위기 관련 기관이 굉장히 많은 만큼 기후위기 인식을 더 높여 정보 공유도 하고 협력사업도 진행하면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끝-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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