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도민 입장에서 경남도 서부청사 비효율 제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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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타계한 고 이건희 삼성 회장은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낡은 행정과 우물 안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의미를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25년 전 발언이라 현재 상황에 맞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하는 정치와 행정의 흐름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되새겨볼 만하다. 최근 경남도 행정조직 개편을 앞두고 경남 진주에 소재한 ‘서부청사’와 관련한 비효율 논란이 일고 있다.

서부청사는 사실상 정치적 산물이다. 홍준표 전 도지사가 진주의료원을 폐업하고, 건물 재활용 차원으로 2015년 12월 서부청사를 개청했다. 당연히 당시 야권과 노조의 반발이 일었지만 낙후된 서부지역 개발이란 명분을 내세웠다. 그는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반발을 무마시키면서도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지역 유권자를 끌어안는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 이 결정은 정책적 판단보다 다분하게 정치적 술수가 강했다. 아무튼 서부청사가 개청한지도 벌써 5년째다. 그동안 정치적 여건 변화가 많았다. 홍 전 지사는 대권을 위해 사퇴했다. 지방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도지사가 당선됐다. 서부청사 개청 당시와 비교하면 여야가 바뀌고 도지사가 교체되는 등 도내 정치적 여건이 역전된 셈이다.

서부청사 개청 5년 동안 낙후된 서부권 발전의 중심축이라는 역할에도 불구하고 창원 본청과 이원화된 행정업무에 따른 비효율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먼저 서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 불만이 터져나왔다. 도로에 시간과 돈을 허비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부청사가 진주에 있다보니 창원까지 왔다갔다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서부청사에 근무하는 모 국장은 창원에서 진주로 출근했다 도의회 업무보고를 위해 다시 창원으로 왔다. 점심을 먹고 다시 진주로 가서 업무를 보고 저녁에 창원으로 퇴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창원과 진주는 남해고속도로와 시내 교통상황을 감안하면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도로에서 하루 4~6시간을 허비하는 셈이다. 업무피로도는 물론 교통사고 위험도 높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러한 비효율에 더해 최근 경남도청 공무원노조도 이의제기에 나섰다. 노조는 청사 이원화에 따른 비효율을 없애는 논의와 함께 ‘서부청사 폐지’까지도 논의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남도는 비효율이 제기된 부분에 대한 일부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도, 서부청사는 ‘서부지역 균형발전 실현의 중요한 기관’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서부청사가 존재하는 한 비효율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부청사가 만들어지고 운영돼온 과정을 보면 정치는 ‘4류’다. 정치적 계산으로 서부청사가 탄생하다보니 행정 수요자인 주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5년 동안 서부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힘든 목소리는 높았지만 김해와 양산 등 경남 동부지역 민원인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기업이 많은 동부지역 민원인은 수질·대기관련 허가를 위해 산림환경국이 있는 진주 서부청사를 방문하는 불편을 겪어왔다. 이런 상황에서 서부청사를 두고 노조와 경남도만 비효율을 이야기하는 것은 주민입장에선 꼴불견이다. 행정 수요자 불편을 먼저 챙겨야 하는데도 공급자끼리 갑론을박이다. 주민 입장을 감안하지 않은 행정은 ‘3류’를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김길수  사회부 중부경남팀장.kks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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