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태어난 이복형 어디 있나요” 이역만리 스웨덴 동생이 애타게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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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부산 남구에 차려진 스웨덴적십자 야전병원인 ‘서전병원’에 근무했던 한 스웨덴 의사의 아들이 ‘한국인 이복형을 만나겠다’며 주한 스웨덴 대사관을 찾았다. 사연의 주인공은 번역가로 활동 중인 에릭 에이예르(Erik Geijer·60) 씨. 그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누나로부터 충격적인 아버지의 유언을 들었다. 아버지가 임종 직전 “부산에서 근무할 때 한국 여인을 만났고 아이가 태어났다”는 말을 남긴 것이다.

에릭 씨의 아버지 우레 헨젠 네만(Olle Henschen-Nyman) 씨는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7월 30일 부산으로 왔다. 그가 찾은 곳은 스웨덴이 1950년 부산 남구에 세운 적십자 야전병원 ‘서전병원’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스웨덴은 가장 먼저 적십자 의료지원단을 한국으로 보냈고, 이 서전병원에서 7년간 1124명의 스웨덴 의료진이 머물며 국군과 유엔군뿐만 아니라 북한군까지 200만 명 이상을 치료했다. 이곳에서 4개월간 의사로 근무한 우레 씨는 스웨덴으로 돌아가 1989년 세상을 떠났다. 아들인 에릭 씨는 30년이 지나서야 한국에 이복형이 있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부산 서전병원 의사로 일했던 아버지
“한국 근무 당시 아이 낳았다” 유언 남겨
현재 60대 추정… 남구청에 도움 요청




한국전쟁 때 부산 서전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했던 우레 씨와 그의 유품에서 나온 남자아이 사진.  에릭 씨 제공



에릭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한 스웨덴 대사관에 연락을 했고, 대사관 측은 다시 부산 남구청에 도움을 요청했다. 남구청이 3년 전 스웨덴 공영방송에 방송된 '한국전쟁과 스웨덴 사람들'이라는 다큐 제작을 도운 인연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남구청은 전쟁 당시 서전병원의 치료로 목숨을 구한 한국인 환자 10명을 찾아 인터뷰를 성사시킨 바 있다.

현재 에릭 씨는 이복형을 찾기 위해 미국 DNA 검사기관인 FTDNA(Family Tree DNA)와 한국계 혼혈 입양인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에 자신의 DNA를 올려놓은 상태다. 이복형의 DNA는 한국인 50%, 스웨덴·노르웨이인 35%, 핀란드인 15%일 것으로 추정한다.

에릭 씨는 ‘아버지의 연인’이 서전병원 한국인 간호사나 보조 의료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 서전병원 의료진은 외부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 우레 씨는 한국인 연인과 그가 남긴 자녀를 만나기 위해 1952년께 한국에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에릭 씨가 가진 유일한 단서는 아버지의 유품에서 발견한 사진 한 장. 2~3살로 추정되는 동양인 남자아이가 일본식 의상을 입은 채로 이발소 앞에 서 있다. 에릭 씨는 사진 속 남자아이가 자신의 이복형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형이 살아 있다면 현재 68세일 테고 자녀나 손주가 있을 수도 있다”며 “부산에 살고 있을 수도, 외국에 살고 있을 수도 있을 텐데 꼭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서전병원 다큐멘터리를 인연으로 3년째 대사관과 연락을 이어온 <부산남구신문> 김성한 편집장은 이역만리 떨어진 곳의 에릭 씨가 형을 찾길 바란다. 김 편집장은 “한국전쟁 당시 서전병원은 200만 명에 달하는 부산시민을 조건 없이 치료했다”며 “이제 우리가 그 고마움을 갚는 심정으로 이복형 찾기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전했다. 김성현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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