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균의 세상 터치] 가덕도(加德島), 천가동(天加洞), 하늘, 신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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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정말 터무니없다. 볼썽사납다. 지난 17일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추진 백지화’를 결정한 이후 일주일 넘게 일제히 몽니를 부리는 수도권 언론사들의 편파적인 왜곡보도 행태를 두고 하는 탄식이다. 이들 언론은 김해공항 확장안 폐기로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 신공항을 건설하는 방안이 가시화하자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며 재를 뿌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

김해공항은 삼면이 산지로 둘러싸여 이착륙 항공기의 안전을 크게 위협한다. 공항 청사는 낡고 비좁아 폭증하는 국내외 여행객 수요와 서비스 요구를 감당하기 어렵다. 공항 확장에 제약이나 한계는 물론 무리한 점이 많다는 것은 이번 검증위를 비롯한 여러 차례 조사에서 확인됐다. 공항 인근 강서구와 경남 김해시 주민들의 항공기 소음피해도 심하며 24시간 운영이 불가능한 군(軍)공항이다.

서울 지역 언론, 수도권 편향된 입장
가덕신공항 건설에 반대 공세 펼쳐

풍수지리설로 가덕도 입지 부정해
부울경 주민들 숙원 무시하는 처사

옛 지명 천가동, 하늘과 필연 관계
신공항 조성 사업은 가덕도의 숙명


이처럼 다양한 문제점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가덕신공항 조성은 800만 부산·울산·경남 주민의 28년 숙원이다. 이를 충분히 검토한 결정이 김해신공항 백지화다.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중국 민항기가 북쪽 돗대산과 충돌해 129명이 숨진 참사를 계기로 지역민들이 18년간 지속적으로 전개한 대체 신공항 유치운동의 결과물인 게다.

서울 지역 언론사들은 가덕신공항의 당위성과 타당성은 외면한 채 일방적인 비판 공세를 벌이고 있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표심을 노린 정치적 결정으로 매도해 번복을 촉구한다. 부산시민들의 장기간에 걸친 눈물겨운 호소를 무시하고 기만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부울경 경제 활성화의 기반이 될 가덕신공항에 대해선 지역 이기주의라고 폄하하며 대구·경북 지역과 갈등마저 조장한다. 이를 위해 수도권에 편향된 전문가들을 내세워 장점 많은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재포장하고 가덕신공항 무용론을 펼친다. 억지 주장이고 어불성설일 뿐이다.

여기에서 인구의 절반인 지역민의 불편과 경제적 손실은 아랑곳없는 수도권 중심주의의 폐단을 읽을 수 있다. 합당한 근거도 없이 가덕신공항에 무조건 반대하는 건 수도권 일극주의로, 나라를 망칠 수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또 다른 지역 이기주의와 다를 바 없어서다. 이에 앞장서는 모습은 전국을 아우른다는 중앙 언론이나 전국지답지 않은 이율배반적인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유력 일간지는 한술 더 떠 풍수지리설까지 동원해 가덕신공항 건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무리수를 뒀다. ‘풍수로 본 가덕신공항, 가능할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서다. 칼럼은 영종도와 용유도 사이 바다를 매립해 만든 인천공항이 천혜의 공항 터에 들어섰기 때문에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영종도는 고려 때 제비가 많아 자연도(紫燕島·제비섬)로 불려서, 용유도는 ‘용(龍)이 노니는 섬’이라 비행기가 이착륙할 운명을 타고났다는 견해다. 반면 ‘더덕이 많이 나는 곳’인 가덕도는 전형적인 어촌이어서 공항이나 항공기가 연상되는 지명의 역사를 찾기 어려우며 공항 부지로 적합한지 논란이 적지 않다고 밝혔다. 집요한 수도권 우선주의의 심각성을 드러낸 대목이다. 가덕신공항 반대 논리가 궁색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가덕도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현지 지명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가덕도 지명을 풍수지리로 풀이한다면, 국내에 이곳만 한 공항 입지는 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가덕도 전체 행정동 명칭은 지난 2015년 행정조례 개정에 따라 가덕도동으로 변경되기 전까지 천가(天加)동이었다. 이는 조선시대에 생긴 이름으로 ‘하늘이 더해졌다’라는 뜻이다. 가덕도 내 5개 법정동 가운데 ‘하늘의 성’이라는 천성(天城)동도 있다.

신공항 예정지에 포함된 법정동 대항(大項)동은 ‘큰 목덜미 마을’을 의미한다. 목이 머리와 몸을 연결하듯 이곳을 교류나 교통의 중심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2011년 가덕도에선 신석기 때부터 교역이 이뤄지고 경제력이 큰 무역상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골 48기와 각종 부장품, 교역품이 무더기로 발굴됐다. 더욱이 일부 인골은 유전자 검사 결과, 유럽계 모계 유전자(H형)가 검출돼 가덕도의 국제 교류 가능성을 높인다. 통일신라가 중국 당나라와 무역하면서 가덕도를 주요 귀항지로 삼은 건 향토 사학계에 잘 알려져 있다.

이같이 풍수지리학적, 역사적 사실을 감안할 때 가덕도는 신공항과 필연 관계인 ‘하늘의 땅’인 셈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가경제가 더욱 어려워진 난세에 신공항이라는 국가적인 덕(德)을 더하는(加) 일. 가덕(加德)도의 숙명이다. 국토균형발전과 국가 미래를 위해 고무적인 사업이 될 것이다.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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