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폭주 / 최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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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한 밤을 종횡무진 달린다

주말명화 속 코뿔소처럼

괴성을 지르며 달린다

밤의 화면을 찢고 달린다

돌아가는 법을 모르고 달린다

고요할수록 두드러지는 질주

길들여진 야생이

본능을 흡반처럼 달고

전력을 다해 달린다

갈기를 휘날리며 달린다

전속력으로 달린다

야유를 질겅질겅 씹으며 달린다

영문도 모르고 달린다

달리기 위해 달린다



트랙을 벗어나 본 적 없는

그는 멈추는 법을 모른다

-최승아 시집 중에서-



늦은 밤, 창문을 꼭꼭 닫아놓아도 들리는 소음이 있다. 오토바이 폭주족. 불편한 심기에 인상을 쓰면서도 슬쩍 마음 한켠을 폭주하는 오토바이 위에 얹어본 적 있다. 전속력으로 달려나가는 나를 내가 꽉 붙잡는다. 충실히 사회규율에 복무하는 동안 익힌 기술이다. 안심이 되는 순간이지만 내가 나 아닌 것도 같다. 멈추는 법을 모르는 그곳이 트랙이라면 이곳은 무엇인가. 트랙은 나만 존재하는 곳이고 트랙 밖은 나와 네가 공존하는 곳 아닐까 생각하는 순간, 조금은 자유로워진다. 불과 몇 년 전의 사진인데도 새삼 맹렬하게 달려온 세월이 보인다. 세월을 타고 앉은 우리는 모두 폭주족이다.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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