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숙의 매스토피아] 건축으로 보는 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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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인류의 문명과 함께 시작된 아주 오래된 학문이다. 역사적으로 수학자들은 철학자이자 과학자였고 천문학자이자 시인이었으며 정치가였다. 고대 수학의 탄생은 농경에 필요한 천문학과 산술계산법의 발달을 가져왔고, 기하학은 강한 왕권과 종교의 위력을 나타내는 대형 건축물 건설에 활용되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 해결을 위해 생겨난 어려운 방정식들의 해를 찾는 노력은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켰고, 미분·적분학은 행성의 운동과 유체의 흐름에 활용되어 비행기와 자동차 설계에 응용되었다. 수학은 회화, 건축, 디자인에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서 언제나 현실의 문제와 교류하면서 발전하였고 인류의 문명 발전에 활력을 늘 불어넣어 왔다.

동서고금의 건축물들을 보면 흥미로운 기하학적 응용을 볼 수 있다. 왜 인류는 건축에 수학을 즐겨 사용하였을까? 건축물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움을 잘 나타내면서 구조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며 사용에 편리하고 실용적이어야 한다. 모든 건축물 속에는 점, 선, 면이 존재하고 다각형과 다면체는 물론 원과 구의 부분과 전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의 창문과 지붕은 어떤 모양으로 할 것이며, 창문의 크기와 비율은 얼마로 할 것이며, 내부의 구조는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수학 이론의 적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고대 이집트나 바빌로니아의 거대한 피라미드는 건축상의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수학의 응용을 잘 나타내고 있다.

고대 건축에도 수학 이론 절대적
기술뿐만 아니라 디자인에도 응용
예술처럼 구조적 아름다움 지녀
현대에 와서 학문적 의미 더 중요

12세기 이후 대도시 주교들의 권력이 커지면서 도시 안에 거대한 고딕 성당들이 세워졌는데, 고딕 양식은 수직 방향의 높은 탑, 다양한 첨두형 아치와 바퀴 모양의 둥근 큰 창을 특징으로 한다. 수학자와 건축가들은 아치, 창의 모양과 창 안의 디자인을 아름답게 꾸미는 데 직각삼각형에 관한 피타고라스 정리를 활용하였고, 원에 내접하는 정다각형과 외접하는 정다각형을 작도하는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고딕 성당들은 정삼각형, 정육각형, 정12각형, 페시카 피시스 형태를 창 모양, 창문 디자인과 회랑 구성에 주로 사용하였다. 왜냐하면 자와 컴퍼스만을 사용해서 도형을 그리는 작도로 모든 정다각형을 그릴 수 없으며, 특히 수학사에서 유명한 3대 작도 불능 문제는 그때는 참인지 거짓인지 몰랐다. 건축에 사용된 작도와 수학 이론은 그 후 계속 발전되어 3대 작도 불능 문제는 참임이 증명되었고, 건축 수학은 다양한 건축 모양만큼이나 많이 발전되어 왔고 현대 건물의 내진 설계도 그러하다.

직사각형은 디자인에서 기본이 되는 도형 중 하나다. 우리는 다양한 비율을 가진 직사각형에 둘러싸여 있다. 건물, 창문, 컴퓨터 모니터, 신용카드, 액자, 책 등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많은 직사각형을 만난다. 가장 아름답게 느껴지는 직사각형은 어떤 것일까?

고대 그리스인들이 정의한 이상적인 비율을 가진 황금사각형은 세로의 길이가 1, 가로의 길이가 1.61803인 모양이다. 가로의 길이를 나타낸 이 수를 황금비라고도 부른다. 르네상스 건축가들은 건축물의 부분과 부분, 부분과 전체의 적당한 수학적 비례를 구현하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고, 그들은 고대 로마 건축가 비트루비우스의 <건축론>에 영향을 받았다. 비트루비우스는 건축물에 적용할 조화로운 비는 인체의 비를 근간으로 해야 한다고 하며, 우주의 축소판인 인간의 몸에 나타난 균형을 신전 건축의 원리로 삼으려 했다.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유명한 스케치 ‘비트루비우스의 인간’에서 우리는 정사각형 안에 양팔을 벌린 사람의 여러 부위는 서로 황금비율로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신체 부위 간의 길이의 비는 주방 가구들을 설계할 때 활용할 수 있는 숫자이다. 비례가 사용된 신전들과 현대 건물은 셀 수 없이 많으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 빌라를 포함한 모든 건물은 다양한 비를 사용하여 내부 구조와 방의 모양을 정한다.

대부분은 예술이 수학으로부터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만, 수학과 예술은 고도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며, 인류에게 이로운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구조적으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아주 가깝다. 설계부터 심미성, 안전성, 실용성을 갖춘 건축물 설립까지의 전 과정에 수학은 활용되고 있으며, 수학은 늘 우리 삶 속 가까이 있다. 자동차 디자인, 애니메이션에 사용되는 컴퓨터 그래픽에 활용되며 4차 산업 발전의 핵심인 수학은 이제 더욱 중요한 학문이 되었다.

/인제대 응용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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