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어기면 문책·'여행업' 쌓이는 사표·'문화계' 사라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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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다시 덮친 코로나 그림자

잠잠하던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훈훈한 연말에 대한 기대도 사그라들고 있다. 정부와 방역당국은 불필요한 모임으로 벌어지는 사태에는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며 다시 채찍을 꺼내들었다. 코로나 19로 힘들었던 한 해를 달래기 위해 준비 중이던 모임이 속속 취소되는 등 사회 전 분야에 다시 그림자가 드리운다.

부산시 “공무원 모임 취소·연기” 공문
구군·공사·공단, 송년회 취소 분위기
여행업 상장사 6곳 직원 400명 줄어
나훈아 부산 콘서트 개최도 불투명

■부산시 “지침 위반 땐 문책”



부산시는 이미 한 차례 2단계 방역으로 고된 나날을 보낸 바 있다. 수도권은 물론 지역 내에서도 확진자 수가 폭증하자 반 박자 앞서 1.5단계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일단 2단계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은 막자는 입장이다. 자가격리 중인 공무원들도 있다.

부산시는 24일 각 구·군과 공단에 ‘모든 공무원은 연말 모임을 최대한 취소 또는 연기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업무상 모임이 불가피한 경우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24일 오후 부산 동래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일단 ‘자율’이라는 단서는 달았지만 조직 구성원 5분의 1은 재택근무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등 예외 상황을 빼고는 지역 내외 가리지 않고 출장도 금지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23일 행정안전부가 ‘공직사회 코로나19 방역관리 강화 방안’을 시행한 것에 대한 추가 조치”라면서 “최근 직장·지인 모임 등에서 코로나19 감염이 늘어나고 있어 공공 부문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에 솔선수범하기 위해 공문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의 방역 강화에 구·군과 공사, 공단에서도 송년회 등 예정된 모임을 줄줄이 취소하는 분위기다. 상급기관의 엄포에 안타깝지만 한 해의 회포를 풀 자리는 거의 사라진 셈이다. 구청의 8급 공무원 A 씨는 “공문에 떡하니 ‘지침을 위반할 경우 당사자를 문책하겠다’는 문구가 있는데 어느 간 큰 부서장이 송년회를 주선하겠느냐”며 “의회 행정사무감사 일정이 끝나는 다음 달 중순에 부서 회식과 함께 지인 모임도 예정돼 있었는데 오늘 오후 모두 취소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끝 안 보이는 관광업계

그렇지 않아도 빈사 상태이던 지역 관광업계는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실낱 같은 희망마저 내려놓는 실정이다. 특히 부산 도심지에서 코로나 확진 소식에 잇따르면서 중소 규모 숙박업소는 절망에 빠졌다.

부산의 한 4성급 호텔 관계자는 “연말 특수를 기대했지만, 이번 주 초부터 취소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이제는 정말 업소 유지가 힘든 상황까지 내몰렸다”고 토로했다.

올 9월 말 기준으로 여행업종 상장사 6곳의 직원 수는 4758명으로 지난해 연말에 비해 400명(7.8%)이 감소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이달 말까지인 6개월간의 무급휴직을 내년 3월까지 4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실업난은 이제부터라는 분석이다. 부산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는 다음 달부터 거리에 나앉는 여행사 직원이 속출할 것”이라며 “무급휴직 등으로 실직 상태나 마찬가지였던 직원들이 실제 실업자가 되면서 업계가 받는 충격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개봉 연기, 콘서트 취소

연말 성수기를 앞둔 문화계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방송 촬영 현장에서 확진자가 나와 제작이 중단되는가 하면 영화 개봉 연기와 콘서트 취소가 잇따른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서 24일부터 공연, 전시, 영화 관련 6종 소비할인권 발급을 잠정 중단했다.

방송가에서는 내년 상반기 방영될 예정이던 드라마 ‘보쌈-운명을 훔치다’의 보조출연자 중 한 명이 최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스태프와 배우가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드라마 ‘조선구마사’와 ‘달이 뜨는 강’, ‘시지프스’와 ‘설강화’, 넷플릭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등에서도 속속 보조출연자가 확진자와 밀접접촉한 사례가 나와 배우와 스태프들이 검사를 받고 대기 중이다.

개봉기간 내 흥행에 목을 매야 하는 영화계도 입술을 깨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음 달 개봉을 앞둔 공유·박보검 주연의 영화 ‘서복’과 류승룡·염정아가 나선 뮤지컬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장고를 거듭하는 중이다.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영화 ‘영웅’과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 등은 공개를 내년으로 미루기로 했다.

크리스마스와 설날이 대목인 콘서트는 제대로 직격탄을 맞았다. 다음 달 12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시작하는 나훈아 콘서트는 공연 개최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미스터트롯’은 서울 콘서트 2주 차와 강릉 콘서트를 무기한 연기했고, 노을과 자우림도 단독 콘서트를 연기했다.

권상국·안준영·남유정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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