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으르렁’… 결국 칼날 세운 ‘秋-尹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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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사상 2번째로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이번에는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직무 배제’라는 초강수를 뒀다. 그러나 추 장관의 이번 조치는 파급성과는 달리 애초부터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이미 지난주부터 윤 총장의 대면 감찰을 놓고 양측이 정면충돌 양상을 보여 왔고, 윤 총장이 감찰을 거부한 상황에서 추 장관이 추가로 꺼내 들 수 있는 ‘카드’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대면감찰 거부로 갈등 폭발
확정적 증거 없이 강행 밝혀지면
추 장관에게 부메랑 될 수도
법조계 “애초부터 예정된 수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감찰 결과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에 대한 징계청구·직무 배제 방침을 밝혔다.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추미애(왼쪽) 장관과 출근하는 윤석열 총장.  연합뉴스

‘채널A 전 기자 검언유착 의혹’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혐의 기소’ 등 사안마다 빚어진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은 지난 17일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비위 혐의를 감찰하겠다’고 공개 선포하면서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



평검사를 보내 검찰총장의 대면 감찰 일정이 조율하는 등 돌발 행동을 벌이던 법무부였다. 이틀 만에 대면 감찰에서 한 걸음 물러섰지만 이를 계기로 한층 더 수위 높은 징계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예상이었다.

일단 24일 긴급 브리핑에서 추 장관이 공개한 윤 총장과 관련된 심각하고 중대한 비위 혐의는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 △채널A 사건·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수사 방해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감찰 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신망 손상 등이다.

일단 법조계 안팎에서는 추 장관이 ‘헌정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 배제’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사태를 몰아붙이는 데는 그만한 확신이 있었을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징계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징계 혐의자에 대해 직무 집행 정지를 명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을 상대로 이를 명한 장관은 없었다.

윤 총장의 혐의점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질 경우 이날 브리핑은 추 장관에게 직권남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과연 추 장관의 이번 총장 직무 배제 결정을 내리게 한 계기에 대한 갖은 추측이 쏟아진다.

현재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실질적인 대면 감찰을 성사시키지 못한 상황이다. 추 장관 역시 피감찰자를 조사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비위 혐의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쉽게 말해 감찰 대상자의 해명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혐의를 사실인 양 공표했다는 이야기다.

추 장관은 앞서 비위 혐의를 밝히며 “이번 징계 청구 혐의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비위 혐의들도 엄정히 진상을 확인할 것”이라며 “검찰총장의 비위를 예방하지 못하고 신속히 조치하지 못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매우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대로 국정감사 현장에서 돌발발언을 쏟아냈다 자충수를 뒀던 추 장관의 행보를 미뤄 볼 때 이번에도 혐의에 대한 확정적인 증거 없이 직무 배제를 강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마지막 비위 혐의점이라고 주장한 정치적 중립 훼손은 과연 실질적인 징계로 이어질지 가늠하기 어렵다. 국감 현장에서 ‘퇴임 후 정치를 할 것인가’라고 묻는 국회의원의 질문에 ‘퇴임하고 나면 우리 사회와 국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게 직무상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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