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노사, 수당 삭감 놓고 ‘임협 교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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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에서 노동자들이 컨테이너 고정·고박 작업을 하는 모습. 부산항만공사 제공

부산항에 출발, 도착하는 컨테이너를 고정, 고박(래싱·lashing)하는 노동자 1200여 명의 임금 협상이 3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라싱 노동자들을 고용한 27개 회사를 대표하는 항만산업협회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부산항 체선(선박이 항만에 입항하는 즉시 접안하지 못하고 12시간 이상 접안을 위하여 대기하는 상태) 등을 이유로 ‘임금 체계 전면 개편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항운노조 측은 각종 할증 수당 대폭 삭감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항만산업협회, 임금 개편 추진
항운노조 “총액 10% 넘는 삭감”
10여 차례 협상, 이견 못 좁혀

그동안 기존 노사 협상을 거듭해 온 항만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등의 여파로 민감한 문제인 수당 삭감을 포함하는 새 방식이 도입될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항만산업협회와 항운노조는 9월부터 내년 시급과 각종 수당 책정을 두고 10차례가량 임금협상을 벌여왔다. 협상은 협회 측이 각종 수당 삭감을 요구하면서 이례적으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협회 측은 부산항 물동량 증가에 따른 부산항 체선이 심해진 탓에 올해와 지난해 폭증한 노임을 수당 삭감의 이유로 들었다.

항목별로 보면 협회 측은 올해까지 비가 올 때 작업을 할 경우 기존 수당에 50%를 더한 수당을 지급했지만 추가 수당을 20%까지 삭감하는 것을 요청했다. 또한 중식비 삭감, 8시간 미만 근무 근로자들이 근무시간을 8시간으로 일괄 신고하는 것을 실제 근무시간에 맞게 신고하도록 조정하는 안도 협상안에 포함시켰다. 같은 시간대에 여러 선박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과다하게 중복으로 청구한 부분도 포함, 통상적인 임금협상을 넘어 사실상 기존 임금 체계의 전면 개편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천재지변에 따른 작업 대기 시간 증가로 노동자 임금이 지난해와 올해 폭등하게 돼 기존 관행이 아닌 현실적인 임금 체계로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며 “이번 계기로 현실화된 임금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항운노조 측은 협회 측 제안이 기존 임금 성격의 수당을 없애고 임금 총액으로도 10%가 넘는 임금 삭감이라는 입장이다. 최근 들어 미주노선 운임이 상승하고 선사들이 흑자가 나는데 중간업체인 라싱업체들이 자신들의 발주 단가를 올리지 않는 대신 노동자들의 임금을 착취한다고 주장한다. 또 2018년과 지난해 최저임금이 각각 16.4%, 10.9% 상승됐을 때에도 상승폭에 준해 각종 수당을 조정해 사실상의 임금 동결 수준의 희생을 해왔다고 반박한다.

노조는 지난주 협상에서 협회의 제안에 대해 내년 인상될 최저시급 만큼 기본급을 인상하고 나머지 트윈작업 수당(크레인 2개 작업 시 노동자 수당)을 일부 조정하자고 역제안했다.

노조 관계자는 “중식수당은 식사시간의 제한 없이 하역 작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에 대한 보상”이라며 “노조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준수하고 노동 특성에 맞게 각종 수당을 받는 것은 과거 임금협상에서부터 합의가 된 일인만큼 수당 항목의 사실상 폐지안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부산항 운영에 차질을 우려한 부산해양수산청 등 관계기관도 임금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협상이 진척 없을 경우 부산항 운영 차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양측을 두 차례 불러 협상 진행 상황 등을 확인하고 부산항 운영에 차질이 없는 선에서 협상 타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며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해수청을 포함해 삼자가 만나 협상을 주선하는 방식도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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