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정사 첫 검찰총장 직무배제, 문 대통령 결자해지하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를 정지시킨 것이 여야 대립을 심화하는 등 후폭풍을 낳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한 건 헌정사상 처음이다. 이는 여야 간 논란과 대치 상황을 촉발하며 국회 파행이 예상될 정도로 파문을 키우고 있다. 25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총장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 비위 혐의에 대한 국정조사 검토를 지시했다. 이에 반발한 국민의힘 요구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는 여야 공방으로 15분 만에 산회했다. 직무배제 사태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기 수습 노력이 절실하다.

명분 약해 윤 총장·검찰·야당 강력 반발
국회 파행과 혼란 없도록 조기 수습해야

직무배제 사유가 된 윤 총장 혐의는 언론사주와 부적절한 접촉, 정치적 언행, 법무부 감찰 불응 등 6가지다. 그에게 부적절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정치적 중립을 위해 임기가 정해진 검찰총장을 직무배제할 정도로 심각한 혐의인지는 의문이다. 명분이 약하고 절차에도 아쉬움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래서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찍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사퇴를 강요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 1월 추 장관 취임 이후 검찰 인사와 수사를 놓고 사사건건 충돌한 두 사람이어서다. 검찰 안팎에서 초유의 직무배제로 검찰 독립성을 훼손했다거나 정치가 검찰을 덮었다는 불만이 커져 걱정스럽다.

두 사람의 다툼은 각각 검찰 개혁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명분으로 삼았다. 하지만 결국 파국을 맞은 두 사람은 법치가 실종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법치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갈등은 정권 유지와 검찰 조직 사수를 위한 싸움으로 보이기 일쑤였다. 엄중하고 공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할 법무부·검찰 수장들이 극단적인 갈등으로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국가 사법체계의 권위와 명예를 짓밟은 셈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다. 누가 옳은지를 떠나 코로나19 사태로 더욱 팍팍해진 국민들 삶에 용기는커녕 실망감을 안겨줘 문제다.

이제 관심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쏠린다. 장관과 총장에 대한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더 이상 침묵만 해서는 곤란한 시점이다.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윤 총장은 징계 청구와 직무배제가 위법·부당하다며 법원 소송으로 맞서기로 했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지속된다면, 수많은 논쟁과 뉴스를 만들며 국민들에게 피로감을 심어줄 우려가 크다. 덩달아 여야가 대치하면서 예산 심의 차질 등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이 두 사람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거나 사퇴를 시키든지 결자해지에 나서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국가적·사회적 후유증이 없도록 제때 수습하는 일은 대통령이 마땅히 해야 할 책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