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창원 NC 첫 통합우승, 부산 팬은 환호하면서도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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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구단으로 출범한 프로야구 NC 다이노스가 창단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올해 정규 리그에서 줄곧 1위 자리를 수성하더니 한국시리즈에서 ‘전통의 명가’ 두산 베어스를 4승 2패로 제압하고 통합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창단 9년, 1군 진입 7년 만에 거둔 대위업이다. 최하위를 기록한 2018년의 아픈 기억이 있지만, 신생 구단 NC의 성장 가도는 실로 눈부신 것이었다. 1군 진입 2년 만에 가을야구에 오른 뒤 2016·2020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것을 포함해 여섯 차례나 가을야구를 경험할 정도로 강팀으로 거듭났다.

구단 전폭 지원과 리더십이 일군 결실
롯데도 근본적 개혁으로 강팀 거듭나야

원동력은 뭐니 뭐니 해도 감독의 리더십 아래 고졸 신인과 창단 멤버들이 보여준 폭발적 성장이라 할 것이다. 가능성 있는 고졸 풋내기들을 발굴하고 타 구단에서 방출된 선수들을 받아들인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했다. 이런 믿음과 안목에 보답이라도 하듯 선수들은 실력을 갈고 다듬어 마침내 정상에 우뚝 섰다. 여기에 더해 NC(엔씨소프트)가 보유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 같은 첨단 기술력의 도움도 주목할 만하다. 자체 개발한 정보 시스템은 10개 구단 선수의 경기 영상, 기록, 통계 자료 등을 분석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으로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광폭 지원 행보도 부러운 대목이다. 그는 굴지의 그룹이 모기업인 기존 구단과 달리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가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따낸 최동원을 우상으로 삼을 만큼 야구 열정이 남다른데, 선수단과 흉허물 없이 지내고 야구팬들과의 스킨십도 아주 적극적이라고 한다.

부산·경남 야구팬들이 NC 우승에 열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1992년 롯데 자이언츠 우승 이후로 밟지 못한 한국시리즈 정상이 그토록 목말랐던 까닭이다. 하지만 착잡한 마음 또한 숨길 수 없다. 롯데가 부산 시민의 전폭적 지지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음에도 성적은 여전히 시원치 못해서다. 최근 4년 동안 가장 많은 국내 선수 연봉 총액을 퍼부었는데 2017년 이후 가을야구에 나간 기억이 없다. 라이벌 ‘깜’도 안 된다고 무시했던 NC의 ‘초고속’ 우승을 롯데는 참으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동안 불안정한 선수단 운영,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의 역량 부재, 근시안적인 투자와 유망주 발굴 태만과 같은 이런저런 지적들이 끊이지 않았음을 부산 시민은 다 기억하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확실한 선수 짜임새를 구축한 NC는 이번 우승으로 자신감까지 얻어 ‘왕조’의 기틀을 마련했다는 평가까지 듣는다. NC가 보여준 효율적 투자와 데이터 야구는 롯데가 나아가야 할 개혁의 방향성과도 무관치 않다. 이제는 정말 달라져야 한다. 언제까지 잔치 구경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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