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최전선 주민센터 폐쇄… 부산진구, 파장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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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에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25일 부산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방역과 행정의 최전선에 있던 주민센터가 느닷없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동 간부가 독거노인에게 나눠 줄 김장 행사에 참여했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다.

주민센터까지 전면 폐쇄되면서 김치를 손꼽아 기다린 노인들은 빈손으로 발길을 돌렸다.

25일 부산시 방역당국에 따르면, 개금2동 주민센터 간부 A 씨가 이날 확진판정을 받았다. A 씨는 지난 21일 토요일 열린 개금2동 김장 행사에 참여했다가 부산진구 초연음악실 관련 확진자와 접촉해 2차 감염됐다. 50여 명이 참석한 당일 김장 행사는 마스크 착용과 모임 인원 준수 등 방역수칙이 지켜진 상태에서 진행됐다. A 씨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발열 등의 증상을 느끼지 못했다. 이 때문에 A 씨는 23일과 24일에도 주민센터로 출근, 주민을 만나거나 직원들과 접촉했다. 초연음악실 관련 확진자가 김장 행사에 참여한 사실이 역학조사를 통해 드러나면서 지난 24일 오후 2시 30분께 개금2동 주민센터는 폐쇄됐다.

김장행사 참석 개금2동 간부
초연음악실 확진자 접촉
전 직원 자가격리 조치
26일 오후 정상운영 예정

부산진구청에 따르면 주민센터가 폐쇄된 24일은 지난 김장 행사에서 담갔던 김장을 독거노인들에게 나눠 주는 날이었다. 김장 행사는 별도의 구청 지원금 없이 개금2동 새마을부녀회 후원으로 열렸고, 행사 당일 A 씨 등 참가자들은 십시일반 거둔 돈으로 김치 약 600포기를 담갔다. 이 행사에서 만들어진 김치는 매년 독거노인들이 주민센터를 직접 찾아와 받아 간다. 하지만 확진자 발생으로 주민센터 직원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간 데다 센터까지 전면 폐쇄돼 김치를 나눠줄 수 없게 됐다. 주민센터 정문은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굳게 닫힌 상태였다.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허무하게 발길을 돌린 노인도 있었다. 개금동 주민 김인애(58) 씨는 “주민센터가 폐쇄된 뒤 ‘주민센터가 왜 문을 닫았냐’고 묻는 노인들도 있었다”며 “김치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많을 텐데 그분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기다리지 않겠느냐. 코로나19가 더욱 원망스럽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개금2동 주민센터는 26일 오후께 방역 소독 작업이 끝난 뒤 정상 운영될 예정이다. 부산진구청은 주민센터 폐쇄에 따른 주민 불편 등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센터 방역 직후 구청 직원을 곧바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부산진구청 관계자는 “개금2동 주민센터 업무를 인근 개금1동과 가야2동 주민센터로 이관해 둔 상태다”며 “직원이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행사에 참여했다가 뜻하지 않게 확진돼 안타깝다. 주민센터가 정상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A 씨 외에 주민센터 직원 13명은 코로나19 검사에서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다음 달 8일까지 격리된다. 부산시 방역당국은 김장 행사에 참여한 인원을 51명으로 파악하고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진행했다. A 씨 외에 추가 관련 확진자는 이날 기준으로 없는 상태다. 안병선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장은 “부산진구 초연음악실을 방문했던 환자가 김장 행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추가 감염자가 생겼다”며 “행사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은 자가격리 중이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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