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베이비 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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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가 쏘아 올린 첫 유인우주선 리질리언스(Resilience)에는 비밀승무원이 타고 있다. 이름은 베이비 요다(Baby Yoda).

리질리언스가 지구를 6바퀴 돈 뒤 지난주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무사히 도킹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우주선 내부 영상에는 봉제 인형인 베이비 요다가 승무원들 사이를 둥둥 떠다니고 있다. SF 시리즈 ‘스타워즈’의 제다이 그랜드마스터 요다가 우주선 발사 과정에서 포스를 다 사용해버린 듯 쭈글쭈글한 모습이 역력하다.

베이비 요다는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한 TV 드라마 ‘더 만달로리안’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다. 디즈니플러스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언택트 시대에 비상하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 시장에서 절대강자인 넷플릭스를 위협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물론 스타워즈의 요다는 은하 제국 말에 900살의 나이로 사망했기 때문에, 베이비 요다는 같은 종족으로 추정된다. ‘스타워즈 6-제다이의 귀환’이 은하 제국을 멸망시키는 과정이었다면, 더 만달로리안의 시대적 배경은 새로운 공화국 태동기다.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과 갈등으로 범벅된 시기다.

우주비행사처럼 베이비 요다도 임무가 있다. 우주선 안이 무중력 상태가 되면 인형이 공중에 떠다니게 된다. 이를 통해 지구의 중력이 작용하지 않는 우주 비행 단계로 들어갔는지를 가늠해주는 ‘무중력표시기’ 역할이다. 인형을 무중력표시기로 활용한 것은 우주 탐사의 오랜 역사다.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처음으로 우주선에 작은 인형과 동반 탑승한 이후로 전통이 됐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주인공인 버즈 라이트도 지난 2008년 디스커버리호를 통해 ISS에 탑승해 15개월 만에 지구로 돌아왔다. 2014년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올라프가 ISS에 올랐다.

베이비 요다를 실은 우주선 이름인 리질리언스는 회복력이란 뜻이다. 마이크 홉킨스 선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고난의 시기를 함께 헤쳐나가는 인류의 본성을 기리려는 뜻을 담았다”고 말한다. 2020년 올 한해는 코로나19의 대유행, 미국 현직 대통령의 선거 불복, 추미애·윤석열의 대립과 같은 복잡한 국내 정세 등 온갖 혼란을 겪고 있다. 머나먼 우주가 아닌 지구별에도 무중력표시기 ‘베이비 요다’ 하나쯤 가져도 좋지 않을까? 현재의 상태도 ‘표시’해주고, 빠른 회복을 위해서….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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