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네다 기자의 부산읽기] 변화가 일상인 한국, 습관 중시하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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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네다 다이 서일본신문 기자

요즘 일본에서 ‘도장 사용 폐지’가 이슈가 되고 있다. 일본에서 살면 도장 없이는 생활하기 어렵다. 시청에서 서류를 신청할 때,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할 때 꼭 필요하고, 제대로 된 도장이 없으면 어른이 아니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와중에도 도장을 찍기 위해서 출근해야만 하는 직장인도 있어, 도장 문화를 없애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옛날부터 이어져 온 특이한 문화가 많다. ‘축전’도 그런 문화 중 하나다. 결혼식이나 정치인 모임 등에 방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축하의 메시지를 전보로 보낸다. 그러면 모임에서 축전을 보내 준 사람의 이름을 소개하는 장면을 흔히 본다. SNS나 이메일로 마음을 직접 전달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시간이 걸리는 전보를 쓰는 이유는 “옛날부터 하고 있으니까”라는 생각 때문이지 않을까. 합리성보다 과거부터 계속되는 습관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큰 것 같다.

반면에 한국은 끊임없는 변화가 일상이다. 결제 방법이나 대입 제도는 물론이고 일본에서는 바꾸겠다고 상상하기도 어려운 호적 제도마저 상황에 맞게 변했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현대에서 쉽게 변화함으로서 누리는 혜택은 많고, 시대에 맞춰 사안을 바꾸는 모습은 합리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러나 변화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한국을 자주 왔다 갔다 했는데, 올 때마다 뭔가 많이 바뀌기 때문에 자극적인 반면 ‘그렇게 빨리 변하는 사회에서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은 쉽지 않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특히 어르신들은 급속하게 보급된 인터넷을 다루기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노인은 첨단 기기를 다루지 못한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라 노인에게 친절한 나라다. 반면, 한국에서는 ‘나이가 들어도 최신 기술을 익히기 마련’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급격하게 변하는 현대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이며 사회적인 제도며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뒤처지는 사람을 어떻게 구제할지도 늘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변화에 대한 태도가 대조적인 한·일 양국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변화의 속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dai.kaneda@nishinippon-np.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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