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의 문화본색] 문화계 한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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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미 문화부 기자

“내년이 더 걱정이에요”. 요즘 부산 문화계 인사를 만나면 한숨 섞인 푸념과 함께 늘 듣는 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부산 문화시설은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하고 있고, 예정됐던 공연은 연기와 재개, 취소 사이에서 줄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가 ‘변수’였다면 내년에는 ‘상수’일거라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다같이 죽는다는 인식이 공연계에 파다하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개봉일을 조정하기도 하고, 아예 극장 개봉을 포기하고 OTT를 통해 전 세계 동시 공개를 택하는 초강수를 두고 있다.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를 취재할 때도 내년 영화제가 더 걱정이라는 프로그래머들의 한숨이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한 해 가장 뛰어난 성취를 거둔 영화를 선택해 공개하는 게 영화제의 속성인데, 코로나19로 올해와 내년 영화 제작 편수 자체가 현저히 줄어들 게 뻔하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그 조짐은 보이고 있다. 현재 다음달 18일까지 온라인으로 열리는 부산콘텐츠마켓(BCM)의 경우 주로 드라마, 예능 같은 영상콘텐츠를 거래하는데, 지난해에 비해 애니메이션, 영상 특수효과(VFX)를 사용한 작품이 많다고 한다. 아무래도 대면 촬영이 전 세계적으로 어렵다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할리우드는 거의 셧다운 상태고, 전통적인 영화 강국인 서유럽 역시 영화 촬영이 쉽지 않다. 사정이 열악한 아시아 국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니, 벌써부터 내년 부산영화제 라인업이 걱정된다. 어쩌면 주요 영화제는 개최조차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2월 열리는 베를린국제영화제, 5월 칸 영화제 모두 개최 여부가 미지수다.

1년 중 가장 공연이 몰리는 연말이지만 어쩐지 공연장도 쓸쓸하다. 공연 스케줄은 꽉 차있지만, 공연 내용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올초 계획했다가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연기된 공연이 많고, 지원금을 받아 어쩔 수 없이 올해 안에 해야한다는 이유로 잡힌 공연도 많다.

소위 말해 질이 보장이 안되는 공연이 많다는 뜻이다. 연말에는 공연 1편 정도는 보기 마련인데, 공연 담당 기자로서 서슴없이 추천할 만한 공연이 그리 많지 않다.

또 다시 문화계에 한파가 들이닥친 모양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져본다. 다행히 대형 공연 소식도 들린다. ‘오페라의 유령’ 이후 거의 개점휴업 상태였던 뮤지컬 전문극장 드림씨어터도 재개 조짐이 보인다. 내년이면 ‘캣츠’ ‘위키드’ 같은 대형 작품의 부산 공연이 예정돼있다. 준비하기에 따라 내년이 더 걱정일수도, 내년이 더 나을수도 있다. mi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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