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대리기사 2000명 내달 운전대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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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26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내달 1일부터 대리운전기사 총파업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부산 대리운전 기사들이 중개업체의 과도한 수수료와 노동 착취를 주장하며 다음 달부터 파업에 돌입한다. 최대 2000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말 대리운전 이용객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는 26일 오전 10시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로지연합’ 소속 부산 대리운전 기사들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중개업체인 친구넷과 시민연합 등이 모인 로지연합은 부산에서 점유율 50%가 넘는 대리운전 업체 연합으로 꼽힌다.

최대 규모 ‘로지연합’ 소속 기사들
“기사 장사 중단” 주장 1~5일 파업
중개수수료 10%P 인하 등 요구
전체 기사의 25%, 이용 불편 예상

파업에 참여하는 대리기사는 최대 2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에서 대리운전 기사는 약 8000명으로 추정되는데 4분의 1이 파업에 참여하는 셈이다. 파업 기간 동안 기사들은 ‘대리운전 콜’을 거부하기 위해 출근하지 않는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중개업체 이익 창출 구조가 대리운전 기사의 노동 착취를 바탕으로 한 ‘기사 장사’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중개수수료 30%에서 10%포인트로 인하 △기본요금 1만 원에서 1만 3000원으로 인상 △출근비 사용내역 공개 등을 요구한다.

박재순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부산지부장은 “로지연합은 일방적으로 교섭을 거부하고 저가 콜 양산과 기사 장사를 이어가고 있다. 10년째 기본요금을 1만 원으로 동결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국에도 조율 움직임조차 없다”며 “연합은 대리기사들이 매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출근비 3500원에 대한 사용 내역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출근비는 대리기사들이 움직일 때 이용하는 셔틀버스 이용료, 콜 프로그램 사용료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노조는 고객이 대리운전 요금으로 1만 원을 낼 경우 대리기사 순수입은 5500원에 그치고, 출근비와 보험료 등으로 절반가량이 중개업체로 흘러 들어간다고 주장한다.

대리운전 기사 김민호(47) 씨는 “대리기사가 중개업체에 부당한 내용을 건의할 경우 소리 없이 해고당하는 게 현실이다. 대리업체와 대리기사의 ‘갑을’ 문제는 확연히 존재한다”며 “코로나19로 생업이 어려워지면서 대리기사는 점차 늘어나고 있고 대리운전 수요는 갈수록 줄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다. 연합 측이 대리운전 기사의 야간 노동을 당연시하지 않고 처우 개선에 힘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 대리기사 4명 중 1명이 파업에 돌입하면서 연말 대리운전 이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송년회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대리운전 이용도 어려워 질 것으로 예상되자 ‘차라리 집에 있겠다’는 시민도 늘고 있다. 시민 김시원(35) 씨는 “일주일에 보통 2번은 대리운전을 이용하고 매년 12월은 술자리가 많아 대리운전 이용이 더욱 잦은 편이다. 코로나 여파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대리운전 이용까지 어려워질 것 같아 이참에 외출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로지연합 측이 소통과 교섭에 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총파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로지연합 한 관계자는 “현재 회사는 적자 위기를 겪고 있다”며 “기본요금을 인상하고 중개수수료를 인하하면 고객들 수요가 더욱 떨어질 것이고 업체는 망할 수밖에 없다. 노조 측이 소통 창구를 열어준다면 대화를 해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곽진석·이우영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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