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돌아온 전차, 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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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향원정 연못가에 발전기가 설치되고 건청궁에 전기불이 켜진 게 1887년이었다. 그로부터 12년 뒤인 1899년, 서울에서 처음으로 전차 운행이 시작됐다. 소나 말로 이동하던 그 시절, 저절로 움직이는 ‘쇠당나귀’는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긴다. 구경 한 번 하려고 시골에서 며칠을 걸려 상경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생업도 잊은 채 종일 전차를 타다가 재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전차는 점차 일상을 파고들었다. 인구가 늘어나고 생활권이 확대됐다. 시공간에 대한 감각이 바뀌니 인간의 사고까지 확장되는 건 당연한 일. 그렇게 사람들의 삶이 역동적으로 바뀌었으니, 달리는 전차는 한 마디로 ‘근대로의 질주’였던 것이다.

부산에서도 1909년 부산진~온천장 구간이 물자 이동용으로 개통된 이후 1915년부터 본격적인 전차 운행이 시작됐다. 부산 전차는 1968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까지 60여 년간 부산 사람들의 충실한 발이 되었다. 운행이 종료된 마지막 전차가 현재 부민동 동아대학교 박물관 인근에 전시돼 있는 그것이다. 국내에 보존된 3대의 전차 가운데 하나로 그 시절 추억의 흔적을 접할 수 있다. 당시 한 언론의 표현대로 ‘전차는 계명의 역군으로서, 문명의 이기로서 제 기술을 다하는 동안 서민들에게 숱한 풍물화를 남기고’ 사라졌다.

전차가 설 자리를 잃은 건 버스의 등장, 자동차의 보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아예 교통의 흐름에 방해물이 된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1960년대 후반 무렵에는 완전히 없어지고 만다. 사라진 전차가 1990년대 들어 친환경 대량수송 수단으로 다시 주목을 받게 되는데, 그게 바로 트램이다. 교통체증과 대기오염 때문이다. 트램은 저상차량이라 장애인과 노약자에게도 편리하다. 현재 유럽·미국·호주 등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2300여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약 50년 만에 부활하는 트램의 ‘국내 1호’ 타이틀은 부산이 가지고 올 공산이 커졌다. 최근 오륙도선 노선이 국토부의 승인을 받아 예정대로 2023년 완공되면 우리나라 첫 트램이 된다. 이번에 승인된 실증 노선은 오륙도선 5.15km 구간 가운데 경성대·부경대역에서 용호동 이기대 어귀 삼거리를 잇는 1.9km 구간으로 정거장 5곳과 차량기지 1곳이 건설된다. 홍콩의 명물 2층 트램, 일본 홋카이도 항구도시 하코다테의 노면전차, 다채로운 디자인의 유럽 트램들처럼, 부산의 트램이 우리 도시의 새로운 명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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