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입장 내라” vs 여 “뻔뻔하다”… ‘文의 침묵’ 신경전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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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나흘 앞둔 29일 서울 용산구 오산고등학교를 방문, 수험생 자리에 직접 앉아 시험장 칸막이 이격 거리를 살펴보는 등 방역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배제 결정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둘러싸고 여야 신경전이 가열되면서 다소 감정적인 대결 양상까지 치닫는 분위기다.

야권에선 윤 총장을 임명한 문 대통령을 소위 ‘추미애-윤석열’ 논란에 직접 당사자로 끌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검찰 개혁을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문 대통령을 ‘자극’하고 있다.

반면 여권은 ‘판사 사찰’ 논란을 고리로 윤 총장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 문제에 침묵하고 있는 야권을 염두에 둔 ‘역공’으로도 비친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에는 “뻔뻔하다”며 곧바로 맞대응을 폈다.

야 ‘추·윤 갈등’ 입장 표명 압박
노 전 대통령까지 거론 ‘자극’
여 “노 땐 침묵하라더니” 역공
‘판사 사찰’ 불법성 부각 주력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29일 페이스북에 “이 정권 사람들 얼굴에 요즘 ‘윤 총장 쫓아내고 공수처장만 우리 사람으로 앉히면 우리의 면책특권은 완성된다’는 회심의 미소가 어린다”며 “문 대통령, 한 번 더 생각해 보시라. 그게 당신이 가고자 하는 길인가”라고 했다. 이어 “아들이 구속된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담담히 받아들였던 노 전 대통령이 울고 계신다”고 했다.

국민의힘 초선들은 휴일인 29일에도 청와대 분수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이어가며 “대통령은 답하십시오”라고 청와대를 3일째 압박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야권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분류되는 금태섭 전 의원은 “지금 벌어지는 모든 혼란은 대통령이 명확한 말을 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해서 생긴 것”이라고 문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금 전 의원은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의도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는다. 부담과 책임이 싫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보인 모습과 전혀 다르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야당의 과거 행태를 끄집어내 대응했다.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야당의)초선부터 다선까지 한몸이 돼 (문재인)대통령의 침묵을 집중 공격한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침묵해야 국민이 편안하다던 분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말을 공격하던 분들이 지금은 대통령의 침묵에 독설을 쏟아낸다”며 “180도 다른 주장을 철면피처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지지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직접적인 공세 수위도 높였다. 민주당 김한규 법률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본인(윤 총장)의 주장처럼 법령상 허용되고 공판 유지를 위한 정당한 행동이라면 과거에도 정보수집을 해 왔는지, 앞으로도 판사 2872명의 성향도 계속 취합할 것인지 묻는다”며 “만약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본인 행위가 위법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두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윤 총장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대통령을 공격하는 검찰 정치에만 골몰했다”며 “조국 사건이나 울산시 하명수사 사건처럼 대통령을 겨냥한 사건에서 파고 파도 죄가 나오지 않으니 판사를 사찰하는 전두환급 발상을 했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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