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아름다워진 세상에 아름답게 다시 태어나 꼭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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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열린 ‘고 문중원 기수 1주기 추모 문화제’에서 고인의 부인 오은주 씨가 남편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6시 20분께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 고 문중원 기수의 부인 오은주 씨가 무대에 올라 남편에게 쓴 편지를 읽었다. 그는 “나비 같은 마음을 가진 아름다운 당신이 아름답지 않은 냉혹한 현실을 견디지 못했다”며 눈물을 삼켰다. 꿈에서라도 답장을 해 달라며 편지를 끝맺은 그는 결국 무대 아래로 내려와 주저앉아 버렸다.

한국마사회 적폐청산을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이곳에서 ‘고 문중원 기수 1주기 추모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29일 한국마사회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세상을 등진 그를 기리기 위해서다. 추모 문화제에는 유가족과 동료 등 90여 명이 참석했다.

고 문중원 기수 1주기 추모제
부인 오은주 씨 ‘눈물의 편지’
“마사회법과 관련 규정 손봐야”

정확히 1년 전 문 기수가 유서를 통해 ‘조교사 개업 심사’ 등 각종 경마 산업 부조리를 고발하면서 변화는 시작됐다. 대책위는 청와대 헛상여 행진 등을 이어간 끝에 올 3월 한국마사회와 ‘사망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올 5월에는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전국 최초로 기수 노조 설립이 가능해졌고, 올 7월에는 부산경남경마공원 간부 등이 조교사 개업 심사 과정에서 특혜를 주고받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올 9월에는 사망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연구 용역 보고서가 완성됐다. 한국마사회는 이달 조교사 개업 심사를 폐지하기도 했다.

일부 제도가 개선돼도 추모 문화제에서 한국마사회를 질타하는 목소리는 연이어 터져 나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최준식 위원장은 “경쟁과 무관한 기승료를 높이고 순위에 따른 상금이 낮을수록 사고 사망 비율이 낮아진다는 연구 용역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공공성을 강화하고 많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려면 마사회법뿐만 아니라 관련 규정도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故 문중원 기수 비극 노조 설립 결실 되다>와 <문중원 기수 죽음 부른 ‘조교사 개업 심사’ 결국 폐지’> 등 <부산일보> 기사도 소개됐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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