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집중’ 부채질 유승민, ‘지역 황폐화’는 안중에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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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신공항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 면제 추진에 대해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쓴소리를 했다. 예타 면제는 가덕신공항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불가결한 조치인데, 그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청년의 빚만 늘리는 행위”라고 반대했다. 근래 일부 인사들이 가덕신공항을 폄하하는 발언을 잇따라 내놓아 구설에 올랐다. 이명박 정부 때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과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고추를 말린다”거나 “멸치를 말리게 될 것”이라며 비아냥거린 게 대표적이다. 그런데 차기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고 천명한 유 전 의원까지 그런 대열에 합류하다니, 참으로 유감이다.

예타 제도는 1999년 공공사업예산 절감을 위해 도입됐다.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함으로써 국가 재정의 건전성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 전 의원은 과거에도 예타 제도의 이런 의미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예타 과정에선 경제성(B/C)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 경우 인구가 적은 지방보다 수도권의 사업이 높은 점수를 받기 마련이다. 같은 비용으로 사업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 수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결국 예타 제도는 국민 혈세 보전이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지역 소외를 심화하고 수도권 집중을 가속화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유 전 의원은 또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 예타 면제에 반대했던 현 정부와 여권이 가덕신공항에 대해선 입장을 바꿨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4대강과 가덕신공항은 동일 선상에 놓고 볼 수 없다. 가덕신공항은 단순한 지역의 일개 공항이 아니다. 동남권 메가시티의 핵심 인프라로서 낙후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 영남을 대표하는 관문공항으로서 동북아 물류 중심도시라는 국가적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나라의 온 역량을 기울여야 하는 사업인 것이다. 이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역대 정부가 여러 차례 용역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다.

유 전 의원은 지난 11월 28일 “마지막 정치 도전”이라는 비장한 표현으로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2017년에도 그는 대선 후보였다. 당시 그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둘러싼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갈등이 깊어지는 것과 관련해 “상생과 균형발전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균형발전에 대한 그의 생각이 3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것인가. 자신의 고향이자 정치적 배경인 대구·경북의 여론을 의식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아 온 유 전 의원이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 하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정치인으로서 지역 황폐화를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은 더없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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