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거제·고성 일대 굴 양식업계 “노로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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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통영의 한 생굴 작업장에서 출하 작업이 한창이다.

“노로(바이러스) 말만 들어도 노이로제 걸릴 판입니다.”

코로나19 악재에도 소비가 살아나 모처럼 신바람을 내던 남해안 굴 양식업계가 때 이른 노로바이러스 검출 소식에 시름에 빠졌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국내 최대 생굴 산지인 경남 통영과 거제, 고성지역 일부 해역에서 생산된 생굴에서 노로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때 이른 바이러스 검출 소식에
주말 주문량 3분의1 토막
“최대 성수기 김장철에 날벼락”

노로바이러스는 겨울에 유행하는 식중독(장염) 원인균 중 하나다. 섭씨 85도 이상으로 가열하면 사멸하지만, 날 것으로 먹는 생굴은 감염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바이러스 검출 소식이 뜨면 소비는 급감하고, 업계는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로 해수부 발표 후 언론 보도가 잇따르면서 주말 동안 주문량이 크게 줄었다. 생굴을 소포장해 납품하는 가공업체 관계자는 “지난주와 비교하면 주문이 3분의 1 이상 감소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이 김장철이어서 고민이 더 깊다. 남해안 굴 양식업계는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부터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 중순을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굴 노로바이러스는 통상 이 시기를 지나 이르면 12월 말부터 1~3월 주로 발생한다. 올해는 한 달 이상 일찍 출현해 김장 특수와 겹쳤다.

업계 관계자는 “김장 수요로 생굴 10kg 1상자 평균 경매가격이 15만 원을 훌쩍 넘겨 가뜩이나 부담스러운 상황에 아예 외면받는 건 아닌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양식업계는 일단 소비자 불안 해소와 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27일부터 남해안 전역에서 생산되는 생굴 전량을 ‘가열조리용’과 ‘생식용’으로 구분해 유통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로바이러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정립하고 이를 토대로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체에 유해한 기준을 정하고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면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감도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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