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그래도 떨리는데 ‘고난도 방역’까지… 역대급 불수능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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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후 부산의 한 학교에 도착한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지와 답지를 교육청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준비를 제대로 못한 수험생들에게 ‘역대급 불수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수능 결시율이 그 어느 해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돼 수능 수시모집 최저등급기준 맞추기가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인다.

김윤수수학학원 김윤수 원장은 30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시험이 객관적으로 쉽든 어렵든 성적의 상·하위권에 관계없이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체감 난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원장은 수험생들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올 수능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수능 일주일 전부터 수험생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고 학습한 것을 정리해야 하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상·하위권 불문 심리 위축
체감난도 높아질 우려 커

수시전형 합격자 결시율
코로나 리스크로 높아져
최저등급 맞추기 힘들 듯

수험생들이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험을 봐야만 하는 중압감과 함께 코로나19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황에서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모든 수험생은 수능 당일(12월 3일) 오전 6시 30분부터 시험장 입실과 동시에 손소독제를 바르고 발열체크를 해야만 한다. 물론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며 시험을 보는 중에도 마스크를 벗을 수 없다. 책상에는 반투명 가림막이 설치된다.

예년처럼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긴장을 푸는 장면도 올 수능에서는 코로나19 때문에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도시락도 떨어져서 혼자 먹어야 한다. 이 모든 상황을 고려했을 때 1교시 언어영역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산시교육청 권혁제 중등교육과장은 “역대 수능이 그랬지만 특히 올해에는 1교시 언어영역이 어렵게 출제된다면 코로나19로 위축된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언어영역 문제를 출제했는지 모르겠지만 모쪼록 수험생 스스로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올해 수능에서는 결시율도 큰 변수로 전망된다. 이번 수능에서는 지난해보다 10% 감소한 49만 3000명이 응시 원서를 냈다. 이는 1994학년도 이후 역대 최소 수능 지원자 수치로, 50만 명 아래로 내려앉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여기에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결시율 또한 예년(10~12%) 수준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능 최저등급이 없는 수시전형에 이미 입학한 학생들은 굳이 ‘코로나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수능을 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수능 최저등급을 요구하는 수시전형 응시 수험생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결시율이 2%포인트 증가해 대략 1만 명이 수능을 포기한다면, 수능 1등급(상위 누적 4%)은 400명, 2등급(상위 누적 11%)은 1100명이 줄어든다. 그만큼 최저등급을 맞추기가 어려워져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번 수능에서는 재학생이나 재수생 모두 코로나19로 시험 준비를 제대로 못했기에 어느 쪽이 유리한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게 입시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윤수 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한때 300인 이상 대형학원 집합이 금지됐던 때를 감안한다면 재수생들도 불리한 여건 속에 수능을 준비해 온 게 사실”이라며 “오히려 학교에서는 고1·2 학생들을 대상으로 등교 제한을 했고, 고3들은 출석한 날짜가 많았다는 점에서 재학생들이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30일 현재 부산에서 이번 수능 응시생 중 확진자는 2명이며, 확진자들은 부산의료원에 마련된 별도 고사장에서 시험을 본다. 또한 자가격리 중인 고3 수험생은 45명이다. 이들은 한 교실에서 4~9명이 시험을 볼 수 있는 시험장 2곳, 16개 교실에서 분산될 예정이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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