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주52시간 근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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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근무제는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기존 68시간에서 52시간(법정 근로 40시간+연장 근로 12시간)으로 줄인 제도다. 2018년 7월 1일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됐다. 위반한 사업주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제도는 장시간 근로나 과로로 인한 사망 등 부작용을 해소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주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당시 우리나라 노동자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동자보다 연평균 300시간 이상 더 일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려는 조치였다.

이에 앞서 주52시간 근무제를 놓고 5년가량 노사 간 논란이 치열했다. 경영계는 인건비 증가 등 추가 비용 발생과 숙련 노동자 이탈을 우려해 크게 반대했다. 이에 정부는 근로시간이 주당 평균 6.9시간 이상 감소하면 생산성과 삶의 질이 향상되고, 약 14만~18만 개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논리로 맞섰다. 해당 기업의 추가 인력 확보도 가능하다고 판단한 게 근거였다.

2년 5개월이 경과한 현재 반응은 엇갈린다. 주52시간 근무제는 2004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 주5일 근무제와 함께 노동자 건강권 보호,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대기업 직장인과 정규직은 칼퇴근으로 보다 안정된 생활을 누리게 됐다. 반면 강제 퇴근은 추가 수당이 필요한 저임금·기술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수입 감소로 이어져 소득 양극화를 심화시켰다는 불만이 많다. 기업들이 인력을 추가로 고용한 경우는 적어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있다.

이 제도는 내년 1월 1일 50~299인 중소기업으로 확대 적용된다. 지난달 30일 정부는 이들 기업에 대한 1년의 계도기간을 종료하고 주52시간 근무제를 강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 경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난감한 입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의 39%, 주52시간 초과 근로 업체의 84%는 준비가 안 됐다며 계도기간 연장을 호소한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묘안으로 탄력근로제가 있다. 일이 몰리는 주의 근로시간을 연장하고 일이 없는 시기엔 단축해 평균 근로시간을 법정 기준에 맞추자는 것인데, 국회가 여야 정쟁에 휩싸여 외면하고 있는 게 문제다. 생산성 높은 일터를 만들기 위해 국회의 관심과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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