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길 멈춘 낮·얼어붙은 밤… ‘코로나 한파’에 갇힌 일상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르포] ‘72시간 3단계’ 부산 현장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로 격상된 1일 부산 중구 광복로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다. 아래는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은 1일 0시 부산 서면 모습. 곽진석 기자·연합뉴스

“하이고, 오늘 손님 두 팀 받았어. 그나마 손님이 많은 밤에는 먹고 가질 못하니 걱정이네.”

1일 오후 2시께 부산 해운대구 구남로 A 국밥집. 직원과 식사를 하던 사장 최한석(61·여) 씨가 텅 빈 식당을 보며 말했다. 이곳은 올해 ‘백년가게’에 선정된 식당이지만, 오가는 손님은 10여 분간 한 명도 없었다. 최 씨는 “우리는 배달을 안 하니 오늘부터 밤 9시 이후면 포장 판매밖에 못 한다”며 “오늘 같은 날이 계속 반복되면 차라리 영업을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수능일 3일까지 사실상 3단계
해운대·서면 등 카페 거리 텅텅
식당 일찍 문 닫자 손님 항의도
일부 시민들은 강화 조치 몰라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수능일인 오는 3일까지 3단계에 준하는 방역 조치가 적용된 첫날 부산 거리는 삭막하기만 했다. A 국밥집처럼 식당 손님은 줄었고, 거리에는 적막이 흘렀다. 해운대 전통시장에서 칼국수와 만두 등을 판매하는 김진주(68·여·가명) 씨는 “손님이 많을 때 기준으로 20% 정도만 오는 것 같다”며 “밤 10시 반까지 문을 열었는데, 오늘은 그냥 8시쯤 닫을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거지까지 거리도 있고 인건비도 부담돼 배달은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운대해변로와 서면 일대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은 모든 손님이 ‘일회용 커피잔’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2단계 격상 이후 50㎡ 이상인 카페에선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산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오후 12시 30분께 부산 서면의 한 카페에는 회사원 등 10명 안팎만 서 있었다. 회사원 이유진(31·여) 씨는 “급한 일이 있을 때만 테이크아웃을 했는데 이런 풍경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밤 11시 50분께에는 부산 서면 1번가와 젊음의 거리가 분주한 모습이었다. 1일 0시부터 수능일인 3일까지 3단계에 준하는 고강도 방역 조치로 많은 식당과 가게가 문을 닫고 있었다.

평일에 하루 매출 300만 원 이상을 올리는 D 포차는 1일 0시가 되자 손님을 내보내기 바빴다. D 포차 직원 김성면(31·가명) 씨는 “3단계 수준에 준하는 방역 조치는 부산에서 유례가 없었다. 구청에서 0시 이후로는 운영을 중단하라는 공문을 받았다. 우리 가게는 위치가 좋아 손님이 끊이지 않았었는데, 0시에 문을 닫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고 말했다.

술집과 식당 등이 일제히 문을 닫자 서면에는 적막감이 감돌았다. 주류를 판매하지 않는 노래연습장도 강화된 방역 조치를 피해가지 못했다. 서면 삼보게임랜드 인근 E 노래연습장도 1일 0시를 기점으로 셔터를 내렸다. 노래연습장도 예외 없이 1일부터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노래연습장 사장 이철순(45·가명) 씨는 “코로나 때문에 매출이 반 토막 나고 적자가 극심하다. 가게를 접을 수도 있는 상황까지 몰렸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시각 해운대구도 사정은 비슷했다. 1일 0시 10분께 해운대구 중동의 한 24시간 돼지국밥집은 출입문에 ‘코로나19 2단계 적용으로 11시 50분 영업 종료합니다’는 안내를 붙여두고 장사를 접은 상태였다.

현장에서는 많은 시민이 1일 0시부터 시행된 고강도 방역 조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스러워 했다. 시민 이수연(24·여) 씨는 “부산시에서 시행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무엇인지, 3단계에 준하는 행정력 동원 방역 조치는 무엇인지 전혀 정리가 안 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부산경찰청은 1일 0시 이후 고강도 방역 조치를 어긴 4곳을 단속하기도 했다. 단란주점 2곳과 유흥주점 1곳, 식당 1곳이 영업을 하다가 적발돼 업주들이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부산시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으로 1일부터 2주간 클럽과 단란주점 등 5종의 유흥시설은 영업이 전면 중단되고, 노래연습장, 실내 스탠딩 공연장 등은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금지된다. 학원과 스터디카페도 오후 9시 이후 운영이 중단된다.

이우영·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