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손 들어 준 감찰위·법원, ‘추’ 벼랑 끝 몰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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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위 어떻게 되나

서울행정법원이 윤석열 검찰총장이 낸 ‘직무 정지 집행 정치 신청’을 인용하면서 오늘 열릴 예정이던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4일로 이틀 연기됐다.

징계위원회 당연직 위원인 고기영 법무부 차관도 윤 총장이 법원의 결정 이후 곧장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징계위 진행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법조계에서는 서울행정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잇따라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징계가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징계위 개최 일정이 더 늦춰질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법원 “사실상 중징계 처분과 동일”
감찰위 “감찰 절차에 중대한 흠결”
추, 징계위 열어 중징계 강행할 듯
해임 결정 땐 윤 총장 다시 업무 배제
당연직 위원 고기영 법무차관 사의
징계위 개최일 더 늦춰질 가능성도


■징계위 개최 명분 약해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윤 총장은 25일 즉각 추 장관의 결정에 반발해 법원에 직무 배제 효력 정지를 위한 가처분 소송과 효력 정지 취소 소송을 동시에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이 1일 윤 총장이 낸 가처분 소송을 인용함에 따라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의 법적 타당성은 물론 절차적 문제의 책임 모두 떠안게 됐다. 법원은 윤 총장이 주장한 직무 배제 명령으로 인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와 집행정지 요건인 ‘긴급한 필요성’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윤 총장이 받아야 할 손해에 대해 “사건 처분의 효과는 신청인이 검찰총장과 검사로서의 직무 수행 권한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으로 사실상 해임·정직 등 중징계 처분과 동일하다”고 판단했다.

징계위원회가 임박한 상황에서 소송의 이익 자체가 없다는 추 장관 측 주장에 대해서는 “징계 절차가 최종적으로 언제 종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사유만으로 집행정지 필요성을 부정한다면 신청인(윤 총장)의 법적 지위를 불확정적인 상태에 두는 것”이라고 추 장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찰위 결론도 징계위에 부담

법원의 사법적인 결론과 더불어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1일 내린 결론 역시 추 장관의 입지가 줄어드는 데 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감찰위원회의 자문 결과가 법적 구속력이나 강제력은 없지만, 추 장관의 결정이 법적 타당성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면서 추 장관의 징계위 개최는 물론 향후 법정 공방에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감찰위는 1일 3시간여에 걸친 치열한 논의 끝에 ‘윤 총장에 대한 감찰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감찰위는 감찰 결과를 근거로 한 징계 청구와 직무 배제 조치도 부적절하다고 봤다. 윤 총장의 직무 배제 사유 중 가장 논란이 된 ‘판사 사찰 의혹’과 관련해서도 대검 감찰부가 윤 총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수사 의뢰한 것 역시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특히 감찰위는 흠결 사유로 법무부가 윤 총장에게 징계 청구 사유를 고지하지 않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는 윤 총장의 입장을 상당 부분 인정하고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감찰위의 결정은 감찰위 개최 전부터 감지됐다. 이른바 ‘감찰위 패싱’ 논란이 불씨를 키웠다. 법무부는 지난달 3일 감찰위원들에게 아무런 고지 없이 중요 사항에 관한 감찰에서 감찰위 자문을 하도록 한 의무 규정을 ‘받을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고쳤다. 법무부의 규정 개정이 윤 총장의 징계를 앞둔 포석이 아니었느냐는 해석이 나오면서 ‘감찰위 패싱’ 논란은 확산했다.



■추, 윤석열 중징계 강행할 듯

추 장관과 법무부는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징계위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4일로 이틀 연기된 징계위에서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해 해임 또는 면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감찰위도 거치지 않고 윤 총장의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를 결정한 점으로 미뤄 볼 때, 윤 총장은 징계위에서 중징계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징계위가 중징계를 내릴 경우 서울행정법원의 결정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 통상 본안 소송 판결 전까지는 집행정지 효력이 유지되지만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해임’을 결정할 경우 윤 총장은 다시 업무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달 24일 윤 총장을 감찰한 결과 ‘재판부 사찰’ 등 6가지 혐의가 드러났다며 징계를 청구했다. 윤 총장은 “혐의가 사실과 다르고 감찰 과정에서 입장을 소명하지 못했다”며 지난달 25일 집행정지를 신청하고 다음 날인 26일 직무 배제 취소 소송을 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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