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883. 얼룩얼룩 얼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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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얼룩이 찰옥수수 미백 판매합니다.’

‘언제부턴가 길고양이 얼룩이가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본 글들인데, 여기에 나온 ‘얼룩이’는 ‘얼루기’로 써야 한다. 근거는 한글 맞춤법 제23항(‘-하다’나 ‘-거리다’가 붙는 어근에 ‘-이’가 붙어서 명사가 된 것은 그 원형을 밝히어 적는다).

이 때문에 ‘꿀꾸리, 오뚜기, 홀쭈기’가 아니라 ‘꿀꿀이, 오뚝이, 홀쭉이’로 적는 것. 반면, 이 조항에 붙어 있는 규정대로 ‘-하다’나 ‘-거리다’가 붙을 수 없는 어근일 땐 원형을 밝혀 적지 않는다. ‘기럭이, 깍둑이, 맴이, 뻐꾹이’가 아니라 ‘기러기, 깍두기, 매미, 뻐꾸기’로 써야 하는 건 그 때문이다.

한데, ‘얼룩하다, 얼룩거리다’라는 우리말은 없으므로 ‘얼룩이’는 ‘얼루기’로 써야 하는 것.

그러면 ‘쌕쌔기/쌕쌕이’는 어느 게 맞을까. 이건, 둘 다 쓸 수 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쌕쌔기: 여칫과의 곤충. 몸의 길이는 1.3~1.8cm이며, 연두색이고 앞 몸통에 갈색 줄무늬가 있다. 앞날개는 매우 길고 배는 원뿔 모양으로 산란관이 짧다. 한국,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 분포한다.

*쌕쌕이: ‘제트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

즉, 어원에서 멀어진 ‘쌕쌔기’는 곤충이고, 쌕쌕거리며 날아가는 ‘쌕쌕이’는 비행기인 것. 이러니, 헷갈릴 땐 어근에 ‘-하다’나 ‘-거리다’가 붙는지 보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양손에 들고 마주쳐서 ‘짝짝’ 소리를 내는 응원 도구는 ‘짝짜기/짝짝이’ 가운데 무엇일까. 이제 우리는, ‘짝짝하다, 짝짝거리다’라는 말이 없으므로, ‘짝짜기’로 써야 한다는 걸 안다. 표준사전을 보자.

*짝짜기: ① 양손에 들고 마주쳐서 짝짝 소리를 내는 물건.(짝짜기를 써서 응원하다.) ②나무나 상아로 만든 조가비 모양의 타악기. 춤출 때에 손을 놀려 맞부딪히게 하여 소리를 낸다. 교향 관현악에서는 자루가 달린 것을 쓴다. =캐스터네츠.

아, 물론 전혀 다른 말이긴 하지만 ‘짝짝이’라는 말도 있다. ‘짝짝이 신발/짝짝이 눈’처럼 ‘서로 짝이 아닌 것끼리 합하여 이루어진 한 벌’을 가리키는 말이다.

‘딱딱딱. 깊어가는 겨울밤에 통행금지를 알리는 딱딱이 소리와 함께 들리던 야경꾼의 청아한 소리는 문을 닫지 않고 잠을 자면 도둑이 꼭 들 것 같은 단호한 소리였다.’

자 어쨌거나, 여기 나온 저 야경꾼의 ‘딱딱이’가 ‘딱따기’의 잘못이라는 것도, 우리는 이제 알겠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막을 올릴 때 나무토막으로 ‘딱딱’ 쳤는데, 그것이 ‘딱따기’라는 것도….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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