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부산농악 ‘오래된 미래’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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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오른쪽) 교수가 ‘아이(AI)농악’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농악 연주 로봇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게임 이용자의 수행 임무인 퀘스트를 통해 북채를 얻고, 북을 쳐 오리로봇을 움직이고, 바닥의 그림을 밟아 농악을 연주한다.

AI와 부산농악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이 나왔다. 지난달 30일 부산 중구 동광동 한성1918 부산생활문화센터에서 열린 ‘아이(AI)농악’ 프로그램에 기자가 직접 참여해봤다. 이날 행사는 인공지능과 전통예술을 연결한 미래형 융합교육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부산문화재단 창의교육 랩 사업
초등 고학년 대상 ‘아이 농악’
AI연구자·예술가 등 개발 참여
농악과 계산적 사고 동시에 익혀

‘아이(AI)농악’은 부산문화재단이 2020년 창의예술교육 랩 지원사업으로 진행한 프로그램이다. 공학자, 예술가, 인문학자, 교육자가 함께 초등 고학년생 대상의 교육 모델을 만들어냈다.

프로그램 개발에는 AI 연구자인 김태희 영산대 교수, 박종환 부산농악 장구예능보유자, 김해성 부산여대 아동체육무용과 교수, 이지훈 필로아트랩 대표, 정만영 미술작가, 김덕희 미술작가, 김은정 다다예술교육센터 대표, 이봉미 예술기획자, 강정훈 미술작가가 참여했다.

‘아이(AI)농악’은 ‘방 탈출’ 게임의 형태를 차용해 프로그램 몰입도를 높였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총 4개의 스테이지에 준비된 문제를 해결하며 참가자들이 자연스럽게 계산적 사고법을 배우고 부산농악을 알 수 있게 했다. 참가자들이 부산농악에 대한 기본 수업을 받고 나면 미션이 주어진다. ‘2045년 지구는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황폐해졌다. 부산농악으로 하늘에 메시지를 전달해 생명의 지구를 구하라.’

스테이지1에서는 4개의 퀘스트를 수행한다. 퍼즐 맞추기, 하늘·땅·사람을 상징하는 삼색 띠 찾기, 농악놀이 진법 맞추기, 농깃대 꿩장목 찾기. 퀘스트를 수행하면 아이템으로 징·꽹과리·북·장구 채를 획득할 수 있다. 컬러인식센서를 이용해 청홍황 삼색 띠를 올리면 상자에 불이 켜진다. 농깃대 위에 꽂을 장식물을 찾는데는 RFID(무선주파수식별장치)가 사용됐다.

스테이지2는 획득한 아이템을 활용해 오리로봇을 이동시킨다. 마이크 앞에서 징, 꽹과리, 북, 장구를 치면 컴퓨터가 오리에게 전후좌우로 움직이도록 지시를 내린다. 학생들은 오리를 미로에서 탈출시키며 컴퓨터의 입력·출력 원리와 순서대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퀀스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스테이지3는 압력센서를 설치한 그림 패드를 밟아 직접 농악을 연주하는 과제가 주어진다. 해·나무·꽃·물고기 등이 그려진 패드는 각기 다른 악기 소리를 낸다. 기자가 구름 그림 패드를 밟으니 꽹과리의 ‘따’ 소리가 난다. 화면에 그림이 나오는대로 연주를 해야 하는데 ‘꿍따꿍따’ ‘덩따덩따’ ‘징따징따’ 화면에 연신 구름 그림이 나와서 고생을 좀 했다.

자진모리장단 연주를 마친 참가자들은 스테이지4에 들어섰다. 야광막대를 연결한 줄을 매단 상모를 돌려 화려하고 강렬한 빛의 줄기를 하늘에 쏘아올리면 미션이 달성된다. 상모까지 돌리는 농악 연주로봇이 가세해 미션 완수를 축하하는 난장을 펼치면 체험은 끝난다. 체험을 마친 참가자들은 “부산농악에 대한 설명을 더 보충하면 좋겠다” “핸드폰을 이용해 음악을 완성하는 팀플레이도 추가해보자” 등의 반응을 내놓았다.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한 박종환 장구예능보유자는 “전통과 AI라는 극과 극이 만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전통문화의 시대적 변화를 모색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김태희 교수는 “4차혁명 시대에는 컴퓨터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과 융합하는 교육으로 창의성·감수성을 높이고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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