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강도 방역에 기사파업까지… 오후 9시 막 오르는 ‘대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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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부산시의회에서 총파업 뜻을 밝히는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관계자들. 코로나19 속에 이들의 파업으로 야간에 대리기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 대리운전 업계가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 와중에 코로나19 2단계 강화 조치까지 겹치면서 시민 귀갓길이 고달파졌다. 오후 9시만 되면 시내 중심가마다 이른바 ‘대리기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직장인 김정수(가명·49) 씨는 지난 1일 해운대 그랜드호텔 인근에서 지인과 반주를 겸한 식사 자리를 가졌다.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으로 식당은 당장 오후 9시가 되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 쫓기듯 식당을 나선 김 씨는 귀가를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다. 하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귀가 시민 한꺼번에 쏟아지고
부산 대리기사 30%는 파업 중
‘따블’ 외쳐도 하늘의 별 따기

접수 문자를 받고도 30분이 지나 참다못한 김 씨가 업체로 전화를 걸었더니 ‘운전기사를 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식당에서 나온 지 1시간 만에 업체마다 전화를 돌려 대리비를 3만 원까지 올려서야 가까스로 집에 갈 수 있었다.

김 씨는 “기다리는 동안 주위에서 10여 명 정도가 발을 구르고 있더라. 전부 대리운전기사를 만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 고생을 했으니 앞으로는 오후 9시 식당 문 닫기 전에 빨리빨리 귀가해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귀갓길에 호된 꼴을 당한 건 직장인 박진우(가명·35) 씨도 마찬가지다. 역시 1일 오후 마린시티 인근 상가에서 맥주 2잔을 마시고 대리기사를 부른 박 씨도 40분 만에 귀갓길에 오를 수 있었다. 박 씨는 “당최 콜이 잡히지 않아 얼마나 반복했는지 모르겠다”며 “요금을 ‘따블’로 주고도 이렇게 귀갓길에 고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부산 대리운전기사들은 1일부터 노동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대규모 파업에 돌입한 상태다.

전국대리운전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 참여한 부산의 대리운전기사는 2500여 명. 부산 대리운전기사 수가 8000여 명인 걸 고려하면 동참률이 30% 가까운 것이다.

업계에서는 ‘투잡’을 선호하는 업태를 고려할 때 코로나19로 유흥업소가 모두 문을 닫으면서 야간에 일해 봐야 벌이가 마땅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자체적으로 출근하지 않는 기사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부산시와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대리운전 수요가 식당이 문을 닫는 오후 9시가 되면 집중적으로 몰린다. 지난 1일부터 면적 50㎡ 이상의 식당과 술집은 오후 9시 이후 포장과 배달만 가능하다. 오후 9시를 기점으로 술집이나 식당에서 귀가 인원이 쏟아져 나오면서 대리운전기사 구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가 된 셈이다.

방역조치 강화로 상황이 달라졌지만 대리운전기사들은 예정대로 파업을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대리운전기사 노조는 중개업체가 대리운전기사의 노동 착취를 바탕으로 이익을 창출한다고 주장하며 중개 수수료 인하, 기본요금 인상, 출근비 사용내역 공개 등을 요구한다.

전국대리운전노조 황정규 사무국장은 “수수료 인하 등 요구 사항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계속해서 파업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며 “업계가 제대로 된 교섭에 응할 때까지 파업을 멈출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성현·이우영 기자 kk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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