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높이 120m 제한’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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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120m 높이 제한’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업계의 의견대립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부산 서구, 중구 일대. 정종회 기자 jjh@

부산시의 ‘건축물 120m 높이 제한’ 본격 시행이 임박하면서 도시 스카이라인을 위한 새로운 규제를 놓고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부산시는 1년 반 동안 진행해 온 도시경관을 위한 높이관리 기준 용역(부산일보 2019년 5월 3일 자 등 보도)을 토대로 건축물 높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건축·건설 업계에서는 획일화된 높이 제한으로는 오히려 과밀화된 도시 조성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다.

부산시는 4일 ‘도시경관 관리를 위한 부산시 높이관리 기준 수립’ 최종 용역 보고회를 부산시청에서 갖는다. 시는 고층 건물이 해안과 산지, 도심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면서 도심 경관이 더 이상 훼손되는 것을 막는다며 지난해 5월 4억 원의 예산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해 (사)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가 용역을 진행해 왔다.

부산시 4일 최종 용역보고회
해안 등 조망점도 중점 관리

건축·건설업계 우려 목소리
“뒤늦은 규제로 과밀화 초래
건축법과 중첩… 혼란 가중”

용역 결과의 핵심은 120m 높이 제한과 도심 경관 확보를 위한 조망점 뷰콘(조망점을 기준으로 시야에 들어오는 역삼각형 조망) 관리다. ‘가로구역별(도로로 둘러싸인 지역) 높이 제한’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 주거지역도 120m 최고높이 기준을 마련했다. 120m 기준은 권역 중심지 표고(해발 고도)와 대상지 표고, 대상지 지형 등을 감안한다. 저지대인 경우 최대 기준인 120m까지 아파트를 지을 수 있지만, 표고가 높아질수록 높이 한계가 낮아져 표고가 70m일 경우 건축물 높이가 40m 안팎으로 낮아진다. 표고가 100m 안팎의 고지대여서 이러한 시뮬레이션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 대상지 표고 상한선을 80m로 설정하거나, 건축물 높이를 50m까지 허용하는 방안 등이 고려된다.

준주거·상업지역은 도심·부도심권의 권역 구분을 통한 중점높이관리구역과 고층건물 허용구역을 지정한다. 광복동 등 구도심 역사문화밀집지역은 중점경관 관리구역으로 지정해 돌출 건물을 방지한다. 반면 서면과 해운대 동래 덕천 사상 하단 연산 중심가는 고층건물 허용구역으로 지정한다.

용역에선 조망권 사유화를 막기 위한 조망점에서의 경관 관리방안도 나왔다. 동구 서구 일대 산복도로 전망대 등에서의 부산항 북항을 바라보는 조망을 비롯해 해운대해수욕장 등 해안을 비롯한 30개 안팎의 조망점을 선정해 내려다보는 조망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 결과를 토대로 '건축물 높이관리 지침'을 만들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 도시 경관관리를 위한 첫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겠지만 문제점들을 보완하면서 심의기준을 다듬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건축·건설 업계에서는 부산이라는 도시 성격에 맞지 않는 조치라며 우려를 표시한다. 이미 고층 건물이 즐비한 부산에서 뒤늦게 높이를 규제하면 고밀도 개발이 불가피해 오히려 도시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업·준주거지역의 경우 이미 건축법에 ‘가로구역’을 통해 높이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중 잣대로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새롭게 도입하는 조망점 규제는 조망점이 대부분 고지대에 위치해 시민 다수가 누리는 경관이라고 보기 힘든데, 새로운 규제로 피해를 보게 되는 건물주 등과의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부산시건축사회 강윤동 법제위원장은 “이번 용역이 계획 신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짜는 덴 아주 유용하겠지만 이미 수십년간 도시로 형성된 부산에 적용하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특히 조망점을 통한 뷰콘 관리는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면서 “높이관리 기준은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전문가 단체가 포함된 TF를 구성해 장기 과제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설업계의 한 대표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시장 취임 후 갑자기 추진을 해 당혹스러웠는데, 여전히 논란이 되는 사안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성급하게 시도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대영 부산시의회 도시환경위원장은 “당초 취지와 달리 여러 문제점이 제기되는 만큼, 시의회 차원에서 시의 추진 방안을 꼼꼼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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