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현의 사람 사는 경제] 부동산, 불편한 관찰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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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회경제교육연구소장

일부러 찾아보는 정도는 아니지만 나름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몇 개 있기는 하다. 그런데 예능에도 유행이 있는가 보다. 요즘은 원하는 조건의 주택을 찾아 주는 프로그램이 자주 보인다. 재미있는 일은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나와 아내는 저 집의 인테리어가 이래서 예쁘다거나 저 집의 정원이 저래서 좋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서울에서 학업을 마치고 잠시 부산에 내려와 있는 딸아이는 서울 중심지역까지 접근성이 어떻다거나 신도시들마다 부동산 시세가 어떻게 다른가 하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 우리는 ‘집’에 관심을 가지는데 딸은 말 그대로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직 한창 젊은 나인데 왜 부동산에 관심이냐고 물어보았더니 요즘 서울의 대학졸업반이나 사회 초년생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바로 부동산이란다. 문득 성실히 일하면서 열심히 저축하면 누구든 큰 어려움 없이 집을 살 수 있었던 세대와 할아버지의 재력이 아니면 평생 내 집을 마련할 가능성이 전혀 없을지도 모르는 세대 사이의 차이가 이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재미는커녕 오히려 보기에 불편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른바 관찰 예능이라고 불리는, 연예인과 그 가족들의 생활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들이다. 언제부터인가 방송 카메라가 연예인 가족들의 개인적인 영역 안으로 넘어가면서부터 내 마음은 많이 불편해졌다. 우리 부부도 가끔 싸우지만 그런 모습을 다른 이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 마찬가지로 나는 다른 부부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지도 않다. 부자인 시부모가 천박한 돈자랑을 해대는 모습도 불편하지만, 부부관계를 몇 번 한다는 이야기는 불편함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회의감을 느낀다.

사회 초년생들 부동산 관심 커
강남 ‘25평 20억’ 전세 가격 폭등
타지역 매매보다 비싼 전세는 선택

일부 언론 전세 3법 집중 비난 문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불만 이유
저축해서 ‘내 집 마련’ 못 하는 것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스물네 번이라고 한다. 바둑에 묘수가 세 번이면 진다는 말이 있다. 묘수를 세 번이나 냈는데 왜? 얼마나 바둑이 나쁘면 묘수를 세 번이나 냈겠느냐는 뜻이다. 그러니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확실히 실패하기는 한 모양이다. 묘수를 스물네 번이나 냈으니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무엇이 어떻게 얼마나 잘못되었을까? 요즘 부동산 관련 보도에 가장 자주 나오는 주제는 단연 전세 문제다. 이른바 ‘전세 3법’ 때문에 전세 물량은 품귀인 반면에 가격은 폭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마나 가격이 올랐는지 보았더니 서울 강남의 전용면적 25평 아파트의 전세가 20억 원이라고 한다. 깜짝 놀랄 일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해서 깜짝 놀랄 일이 아니라, 20억이나 주고 왜 전세를 사는지 깜짝 놀랄 일이라는 말이다. 이 가격이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6채나 사고도 외제차 한 대는 더 살 수 있다. 부산이라서 그런 것만도 아니다. 서울이라도 조금 싼 지역으로 가면 그 돈으로 아파트 두세 채를 살 수 있고, 서울로 출퇴근이 가능한 신도시에 네댓 채도 살 수 있을 터이다. 물론 경제활동의 자유가 있는 시장경제에서 신도시를 가든 강남을 가든 개인의 선택을 두고 옳다 그르다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개인의 선택이라면 그 결과도 개인이 책임져야지 남 탓을 할 일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다면 그것은 성실히 일하고 열심히 저축하는 모든 서민에게 내 집 한 채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지, 강남의 전세가 20억 원이기 때문은 아니다. 이 정부에 비판적인 몇몇 언론들 가운데 서울 사람들 특히 강남 사람들 문제가 대한민국 전체의 문제이고 모든 국민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서울 언론들은 ‘전세 3법’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어차피 이런 가격의 아파트라면 오르건 내리건 서민들은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런데 그 아파트의 방 한 칸도 못 될 집에 사는 가난한 내가 왜 강남 부자들이 더 큰 집, 더 비싼 집에 못 사는 걸 걱정해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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