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 낚시의 활성화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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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열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필자는 대학을 마칠 때까지는 낚시에 문외한이었다가 미국 유학 시절에 처음 접했다. 유학 생활이 힘들 때면 가족들을 데리고 가까운 호수에 놀러 가곤 했는데, 호숫가에서 낚시하는 사람들이 낚아 내는 낯선 고기들에 호기심이 발동해 관심을 가졌었다. 캠퍼스가 바다 한가운데 위치한 한국해양대학교에 부임하다 보니 부산은 참 낚시하기 좋은 환경을 가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 전체가 바다와 맞닿아있어 낚시가 가능한 지역은 헤아릴 수 없이 많고, 조도방파제나 오륙도방파제같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낚시할 수 있는 장소가 있고, 생도나 다대포 등 갯바위 낚시터도 널려 있다.

일전에 TV에서 ‘도시 어부’라는 낚시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국내 낚시 인구가 많이 늘어났다는 기사를 봤는데, 최근에 낚시터에 가보면 실제로 많은 젊은 남녀뿐 아니라 부부 낚시꾼 혹은 가족들이 와서 텐트를 쳐 놓고 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본다.

지난 추석 때는 코로나19로 초유의 비대면 시대가 열리면서 고향도 못 가고, 연휴가 끝나갈 무렵 답답한 마음에 가까운 조도방파제를 갔다. 새벽에 일어나 하리 선착장에 갔더니 낚시꾼들은 많이 모여 있는데, 정작 배는 보이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물어보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먼저 온 사람들을 싣고 1차로 나갔다는 것이다. 가끔 조도방파제에 낚시하러 갔지만, 첫 배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 두 번 실어 나른 적은 본적이 없었는데 놀랐다. 두 번째 배를 탔더니 정말 배 안은 꽉 찼고, 손자를 안은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러나 배 안에서 선장님의 안내방송을 들으니 지금의 낚시 환경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안내방송 말미에 방파제에 화장실 시설이 안 좋으니 화장실 가실 여자분이나 어린이들은 배가 운항할 때 배 타고 나와서 볼일 보고 다시 돌아가라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거기 가본 사람들은 다 안다. 태풍에 난간이 다 날아가 위험한 방파제에 아이들이 뛰어노니 가족들의 경고음은 높아지고, 불안한 마음에 덩달아 낚시에 집중이 안 된다. 아마 그날 와서 실망해 다시는 안 오겠다고 결심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는 학기 중에 한 번씩 시간을 내어 동료 교수들과 거제도 해상펜션에 가서 밤새 이야기도 하고, 낚시도 하면 하루를 보내고 왔었다. 그때도 다녀오면서 왜 거제도에는 해상펜션이 저리 많은데 부산에는 없는지 의아해했다.

저녁에 낚시 채널을 보면 전국 곳곳에 있는 바다낚시공원이나 바다 좌대 낚시 등에서 낚시하는 장면이 방송된다.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서도 낚시꾼들을 유인하기 위해 낚시공원을 만들어 운영하는데, 인구 340만의 부산에 사는 시민들은 왜 다른 지역의 바다낚시공원이나 해양 펜션을 찾아가야 하는가?

낚시가 국민 레저 활동 1위로 등극한 지 오래되었고, 부산은 서울서 KTX 첫차를 타면 9시쯤이면 낚싯대를 바다에 담글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 일찍부터 준비했으면 지금 같은 비대면 시대에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낚시하기를 원하는 전국의 낚시꾼들을 부산으로 불러들일 좋은 기회였는데 그저 아쉽기만 하다.

아무리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도 누군가가 매력적인 낚시터를 조성, 관리하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홍보하지 않으면 누가 찾아오겠는가? 부산이 해양수도고 해양문화 레저를 주도한다면서, 전 국민 남녀노소가 가장 즐긴다는 제1위 취미 생활에 무관심하면서 무엇을, 어떻게 선도한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동안 민간에서 맡겨둔 결과가 지금의 현실이라면, 관련 당국이나 기관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활성화 정책을 생각할 때 아닌가? 최소한 부산지역의 주요 낚시 명소라도 정리한 홈페이지라도 만들어 놓으면 부산지역에 관심을 가진 타지역 낚시꾼들이라도 불러올 수 있을 것인데, 빨리 작은 것부터라도 시작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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