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졌다…고사장 앞 응원 소리·상가 수험생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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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바람’에 수능 풍경 썰렁

2일 오후 2시께 부산 서면 쥬디스태화 주변 상가 모습. 수능을 앞뒀지만 관련 물품이나 행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시내에는 한기가 감돈다. 이맘때면 찾아오는 ‘수능 한파’ 때문만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작된 ‘언택트’ 바람 탓이다. 수능을 앞둔 수험생에게 ‘합격을 빈다’며 엿과 초콜릿 등을 직접 건네는 풍경도, 고사장 응원도 사라졌다.

2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수능 당일인 3일 부산에 마련된 62개 고사장 앞에서 응원 행사는 금지됐다. 부산시교육청 김형진 대변인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험장 앞에 사람이 모이는 걸 막았다”며 “후배들의 응원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수험생들은 아쉽겠지만 안전을 위한 것임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신 영상 등을 통해 ‘비대면 응원’을 시도하는 학교가 늘었다. 부산남일고, 부일외고, 신정고 등은 방송부 후배들이 나서서 선생님과 함께 수험생을 응원하는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 이들은 영상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힘들게 준비한 수능에서 선전을 기원한다”며 직접 목소리를 전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30년 넘게 매년 오토바이로 수험생을 태워 주던 퀵 배달원 조기석(51) 씨도 올해는 ‘오토바이 봉사’를 쉬기로 했다. 혹여나 코로나19에 노출될 수험생 안전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조 씨는 “혹시나 길을 잃거나 시험 시간에 늦는 학생들이 걱정되지만 코로나 탓에 올해는 참기로 했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수능 전날인 2일, 예비소집이 있었다. 그러나 이 행사도 썰렁하긴 마찬가지. 고사장 방역 작업 탓에 수험생은 학교 운동장까지만 출입이 가능했다. 자신이 앉을 자리를 하루 전에 미리 확인할 수 있었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수험생이 학교 현관문에 붙은 수험번호만 확인한 뒤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오후 부산진고에서 만난 수험생 김가영(가명·18) 씨는 선배들에게 ‘시험 볼 자리에 앉아서 수학 문제를 몇 개 풀고 오라’는 조언을 들었는데 그렇게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각종 마케팅 행사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였다. 2일 오후 2시 취재진은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 인근 상가를 찾았다. 수능이 끝난 수험생을 유혹하는 ‘특가 세일’ 안내문이 넘쳐야 할 시기지만 흔한 팝업 광고판 하나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한 팬시점 직원은 “작년보다 수능 관련 행사나 물품이 확연히 줄었다”고 전했다.

대형 백화점에서도 수능 마케팅은 언택트 일색이다. 썰렁한 오프라인 상가와 달리 온라인 판매도 병행하는 이들 백화점에서는 되레 매출이 늘었다.

롯데백화점 영남본부 임정배 식품 바이어는 “지난달 초콜릿·떡·빵 등 수능 선물용 식품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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