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역린’ 건드린 원전 수사, ‘태풍의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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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 사태’ 왜 일어났나

‘추-윤 갈등 사태’가 법원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 복귀 결정, 추미애 법무부 장관 측근 인사들의 잇단 사의 표명 등 추 장관의 ‘완패’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이 문제가 추 장관 개인 거취를 넘어 정권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까지 부상하면서 추 장관이 이런 무리수를 두게 된 배경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윤석열 검찰의 월성월전 1호기 폐쇄 수사가 정권의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추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윤 총장 업무 복귀 첫 지휘
‘월성 1호기 수사’ 챙기기
‘추-윤 사태’ 가늠할 핵심 쟁점

일단 시기가 공교롭다. 윤 총장이 추 장관으로부터 직무 배제를 당하기 전날인 지난 23일 대전지검은 대검에 ‘산업통상자원부 전·현직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라며 그 다음날 영장 청구 보고서를 보내겠다는 구두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 내용대로 수사가 진행됐으면 원전 수사 자체가 정국의 핵으로 부상할 공산이 컸다. 그러나 추 장관이 24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윤 총장의 직무 정지를 전격 발표하면서 수사는 일단 급제동이 걸렸다.

여권 인사들의 다급한 반응도 이런 추정에 무게를 싣는 이유다. 대전지검이 본격 수사에 착수한 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정부 정책 결정이 무슨 비리냐”(김태년 원내대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양이원영 의원), “대선 공약이고, 폐쇄를 명령한 것은 국민이다. 검찰은 선을 넘지 마라”(윤건영 의원) 등 검찰을 성토하는 격한 발언이 비등했다. 여기에 정세균 국무총리는 윤 총장 직무 정지 다음 날 산업부를 직접 찾아 수사 대상인 원전 담당 부서 등을 돌며 “고생 많았다”며 격려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여권의 이런 움직임은 검찰 수사를 용인할 경우 원전 비중 축소와 신재생 에너지 활성화를 골자로 한 정부 에너지정책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공직 사회에 대한 장악력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이번 수사가 정권 핵심부까지 겨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감사원의 월성 1호기 감사 보고서에는 2018년 4월 2일 청와대 보좌진이 월성 1호기 외벽 철근 노출 사실을 보고망에 띄우자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 가동을 중단하느냐”고 물었다는 내용이 기술돼 있다. 이런 내용이 청와대를 통해 산업부장관에게 전달돼 이틀 만에 ‘즉시 가동 중단’으로 확정됐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에서는 수사의 발단이 된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의 정점에 문 대통령이 있을 것이라는 공세를 펴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미운털이 박힌 윤 총장이 10월 말 대전지검을 방문한 직후 검찰의 압수수색 등 수사가 본격화되는 일련의 흐름도 여권의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후문이다.

대전지검의 이번 수사는 감사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관련 감사에서 산업부 공무원들이 444건의 관련 문서를 삭제하는 등 각종 의혹이 드러나면서 야당의 고발로 이뤄졌다.

윤 총장은 법원 결정으로 업무에 복귀한 2일 곧바로 주요 현안 보고를 받았고, 월성 1호기 수사에 대한 지휘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1호기 수사가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이번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창훈 기자 j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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