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사업에 흔들려 버린 ‘부산의 중심’
부산의 정중앙을 알리던 ‘표지석’이 재개발 열풍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걸림돌’로 전락했다.
2일 부산진구청은 “재개발 사업으로 부산진구 부암동에 있던 부산 정중앙표지석(이하 표지석)의 위치를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표지석은 ‘백양산 롯데캐슬 골드센트럴’ 아파트 신축 부지 안에 있었다. 표지석은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난달 초 뽑혀져 현재 비닐에 싸인 채 공사 현장 한쪽에 방치돼 있다.
정중앙 알리는 부암동 표지석
‘롯데캐슬’ 신축 부지 포함돼
뽑힌 채 공사장 귀퉁이 방치
표지석이 있던 자리는 부암3동 548-12번지다. 이곳은 2012년 표지석 설치 당시 기준 ‘북위 35도 10분 4초, 동경129도 2분 17초’로 지리상 부산의 정중앙 지점이다. ‘부산 중심에서 좋은 기운이 나온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입시생 자녀를 둔 학부모 등 기도객이 끊이지 않았다.
표지석의 시작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BS 인기 프로그램 ‘호기심천국’에 부산의 한 초등학생이 ‘부산의 정중앙이 궁금하다’는 제보를 넣은 것. 당시 부산 동평초등학교 4학년이던 손진화 군의 호기심에 부산대학교 도시문제연구소 남광우 박사팀이 팔을 걷었다. 남 박사팀은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부산 5000여 개 지점 좌표를 대조한 끝에 부암3동 한 주택가에서 부산의 정중앙을 찾아냈다.
부산진구청과 주민센터는 2012년 8월 땅 소유주에게 허가를 얻어 이 지점에 높이 1.3m, 너비 2m의 표지석을 설치했다. 그러나 8년간 표지석을 관광콘텐츠로 활용해 오던 부산진구청은 표지석이 찬밥 신세가 되자 뒷짐만 지고 있다. 해당 부지가 사유지라 표지석을 지킬 방법이 없다는 게 부산진구청의 입장이다. 부산진구의회 한갑용 의원은 “부산진구청이 표지석을 보호하기 위한 작은 행정적인 배려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남광우 전 부산대 도시문제연구소 박사도 “부산 최초로 설치된 부산 정중앙 표지석마저도 지자체가 보존할 수 없다고 하니 씁쓸할 따름”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글·사진=곽진석 기자 kwa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