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 막은 ‘특급’ 제자 사랑… 수능일 ‘격리 교실’ 감독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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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료원에서 수능에 응시하는 코로나19 확진 수험생을 감독할 교사 4명이 2일 오후 방호복을 입은 채 사전 교육을 받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정상훈 교사. 부산시교육청 제공

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의료원. 교사 4명이 코로나19 방호복을 입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부산의료원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를 코로나19 확진 수험생 2명의 감독관 교육을 위해서다.

숨이 막히는지 호흡이 갑갑해 보였다. 이들은 수능 당일 갑갑하고 부자연스러운 상태로 줄곧 서 있어야 한다. 감독관에 지원한 개금고 정상훈(43) 교사는 “고생한 제자들을 생각하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2021 수능은 ‘코로나 수능’으로 불린다. 부산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 2명과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 53명이 응시한다.

부산 자가격리 수험생 교실 22개
감독관에 교사 92명 지원 쇄도
최고 수준 방호복으로 중무장
시험 시간 내내 답답함 견뎌야
“힘든 제자들 위해 당연한 일”

부산시교육청은 확진 판정을 받은 수험생은 부산의료원에서, 자가격리 중인 수험생은 부산 지역 2개 학교에 22개 교실을 마련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문제는 시험 감독관 모집이었다. 감독관은 감염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데다, 중무장 방호복을 입고 시험 마무리까지 고된 업무에 시달려야 한다.

사실, 확진자와 자가격리자 수험생 관리 감독은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확진자들은 2개 병실에서 수능을 치르는데 2명의 교사 감독관과 1명의 간호사가 조를 이뤄 감독을 맡는다.

감독관들은 전신 보호복, 마스크, 고글, 장갑, 덧신 등 최고 수준(레벨 D) 방호복을 착용한다. 시험이 끝나면 모든 답안지는 회송용 비닐봉투에 담아 소독티슈로 닦은 후 제출된다. 수험생이 사용한 컴퓨터용 사인펜 등 수험 도구는 곧장 폐기된다.

또 시험 시작 2시간여 전인 오전 6시까지 출근해 오전 8시 40분 시작될 시험을 준비한다. 방호복 착용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방호복을 입고 벗는 데 대략 1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코로나19 감염 우려 탓에 한 번 입은 방호복 매무새를 만지는 일은 불가능하다. 과목당 최대 80분에 이르는 시험 감독 내내 답답함 속에서 교사들은 거의 ‘부동자세’로 버텨야 한다.

또, 시험 한 과목이 끝나면 방호복을 폐기하고 샤워를 한다. 시험 시간 내 2번 샤워를 하고 2번 방호복을 착용하게 되는 셈이다. 너무 고된 업무 탓에 과목마다 감독관이 교체된다.

감독 과정이 힘드니 지원자 모집이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이 많았다. 걱정은 기우에 그쳤다. 92명의 교사가 망설임 없이 지원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자신들은 건강하고 제자들은 시험을 쳐야 했기 때문이다.

정상훈 교사는 “코로나19로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제자들이 눈에 아른거렸다”면서 “올해 유달리 힘들었던 고3 제자들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웃어 보였다.

지난 1년간 입시 부담에 더해 코로나19와 맞서 싸워 온 49만 제자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사랑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강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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