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모험 속 삶에 건네는 동물들의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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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말했다 / 이혜정

누구나 살면서 ‘어떤 순간’을 마주한다. 바랐던 순간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기대하지 않았더라도 예측 가능했던 일이라면 그나마 받아들이기가 쉽다. 기대도 예상도 하지 못했던 순간이라면 우선 당황스럽다. 겁이 나고 불안하기도 하다. 이런 감정은 아이가 아닌 어른이라도 마찬가지다.

<…라고 말했다>는 예상치 못한 모험으로 가득한 삶에 건네는 조언을 담아낸 그림책이다. 그 조언의 주체가 “라떼는 말이야” 목소리를 높이는 어른 사람이 아니라 동물이라는 점이 색다르다. 그림책 속 동물들은 독자와 ‘어떤 순간’을 함께한다. 그리고 상냥하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고 말해준다.

동물들 모습서 삶의 방법 배우는 그림책
이혜정 작가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길”

‘아무것도 일어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순간 속에서도 이미 무언가가 자라고 있어. 무언가가 변하고 있어.’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고치 속에는 미래의 나비 날갯짓이 숨어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면 뒤를 돌아보지 말아야 해.’ 첫 비행에 도전하는 아기새들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둥지에서 뛰어내린다.

어둠 속 삐죽삐죽 괴물 같은 그림자에 깜짝 놀라는 순간 ‘두려운 마음을 똑바로 쳐다보면 사실 그 안에는…’ 작은 고슴도치가 숨어 있다. 우리 속의 두려움이 진실을 보는 눈을 가린 것이다. 나무 뒤에 숨는다고 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까? 누구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숨을 순 없다. 암컷이 산란하고 수컷이 출산하는 해마는 ‘너무 복잡하든, 너무 별나든, 너는 너로서 충분해’라고 말한다.

바쁜 사람들 속에서도 자신의 속도대로 가는 개미,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뛰는 원숭이,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더 높이 나는 갈매기, 거꾸로 매달려 세상을 바라보는 박쥐, 꾸불꾸불 길을 개척하는 두더지, 때가 되면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철새. 수많은 동물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또는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된다.

이혜정 작가는 “스스로와 잘 지내는 것에 서툴렀던 나에게 동물들이라면 이전 저런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노트에 적은 문장들이 그림이 되었다”며 “나 스스로의 조각들을 찾아가는 중인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책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 그림책 속 한 문장이 시선을 끈다. ‘가만히 앉아 쉬는 것도 삶의 일부야.’ 이혜정 글·그림/길벗어린이/64쪽/1만 7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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